러 核잠수함 정화시스템 산업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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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상과 한번 빠지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때문에 스스로를 '또라이'로 자처하는 박광진 사장은 러시아 과학자들과 15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오른쪽 책은 박사장이 개발한 '냄새와 대기오염 제어를 위한 생물공학誌.
 '슈프링거(Springer)’는 160년 역사를 지닌 독일의 세계적 과학 전문서적 출판사다. 이 출판사가 올해 펴낸 '냄새와 대기오염 제어를 위한 생물공학(Biotechnology for Odor and Air Pollution Control)’지(誌)에 국내 환경전문업체인 한기실업의 악취제거장치 바이오 켓(BIO-CAT)이 생명공학의 성공사례로 수록됐다. 바이오 켓은 40여 종의 미생물이 자라는 여과장치를 이용해 2~6초만에 악취의 95%를 제거하는 우수한 성능을 지녔다.

바다 밑 보름 견디는 공기 정화기술 찾아 러 100여회 방문
미생물 이용 2~6초에 악취 95% 제거 혁명적 장치 개발
舊소련 우수두뇌 유치 연구 매진… 세계 환경업계 주목


 활성탄흡착법이나 토양탈취법 등 기존의 악취제거 장치에 비해 악취제거 속도가 빠르고 설치 유지비용도 절반밖에 들지않아 생명공학의 새로운 기술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기실업의 대표 박광진(53·강릉출신)씨, 그는 만나자 마자 '또라이 론’부터 펼쳤다.
 89년 구 소련엘 다녀온 후 지금까지 러시아를 100번 이상 드나들었습니다. 소련이 해체 되기 전 민간인 신분으로 사회주의 국가에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었다. 흔들리며 무너져가는 나라, 개방 개혁정책이 제 방향을 찾지 못해 정정이 불안하고 사회 치안마저 구멍이 숭숭 뚫린 나라에 그는 또라이 소리를 들어가며 잠입했다. 러시아엔 뭔가가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기초과학 기술이 미국을 앞선 나라 아닙니까. 무너져가는 소련을 러시아가 승계할 테지만 당분간 소련 -러시아의 혼미상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태에서 러시아의 기초과학 기술을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어렵게 줄을 대서 러시아의 삼성장군을 만났고 그의 협조로 러시아 해군이 자랑하는 핵잠수함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잠수함에 관한 한 러시아는 미국보다 한 수 위였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은 바다 밑에서 겨우 72시간을 견디지만 러시아 핵잠수함은 보름을 거뜬히 견뎌냅니다. 핵심 기술은 잠수함 내부의 공기 정화입니다. 잠수함 속 공기만 깨끗하다면 물 위로 올라올 필요가 없죠. 박 사장의 관심은 바로 그거였다. 잠수함 내부의 공기를 자동으로 정화하는 장치, 그 시스템을 환경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그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아무리 해체 직전의 소련이었지만 핵잠수함 군사기술에 접근하가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멍이 있었다. 춥고 배고픈 나라라 영관급과 장성급 군인들의 삶도 곤궁했다. 기천달러 정도의 곁돈과 몇 병의 조니워커, 몇 보루의 말보로 담배로 그들은 길을 터주었다. 소련을 드나들 때마다 술과 담배 보따리를 챙겼고 그렇게 연줄을 만들어 마침내 모스크바에 가서 수질 전공 학자 카사이낄과 화학을 전공한 그의 부인을 만났다. 그들 부부는 소련 핵잠수함 공기정화 기술을 개발해낸 과학자였다. 그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까지 박 사장은 수십차례 러시아를 드나들었고 마침내 소련의 우수한 두뇌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또라이 같은 그의 발상이 실현된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말썽꾼이었습니다. 공부보다는 친구 사귀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학교를 건성으로 다녔습니다. 강릉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와서도 역시 엉뚱한 일을 벌여 부모님 속을 썩였습니다. 엉뚱한 발상이지만 한번 빠지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때문에 스스로 또라이를 자처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전기회사를 차려 돈을 벌었고 광고 기획사업에 뛰어들어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때 큰돈을 만지기도 했다. 공부머리는 없었지만 장사머리는 타고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사머리도 공부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방면 기초조사와 자료 수집을 시작으로 철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죠. 공부가 선행되지 않은 사업은 열이면 열 다 실패하게 되어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환경사업을 시작했던 주위 사람들이 다 실패하고 저만 성공 궤도에 오른 것도 기초공부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1992년 한기실업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환경기술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을 주축으로 미생물을 활용한 공기정화 수질개선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40억 벌어 40억을 연구비로 투입한다는 자세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3천만원이 넘는 현미경과 2억5천만원짜리 실험장치를 구입하는 등 초기 연구설비 투자에 20억을 쏟아 붓자 사람들은 또 한번 저를 또라이 취급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5년 후 마침내 악취를 잡아먹는 바이오 켓(BIO CAT)으로 모습을 드러내 건설교통부의 신기술인증을 받았고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출판사 슈프링거에 환경 생명공학의 성공사례로 수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박 사장은 국내 환경전문가로 우뚝 섰고 세계 환경기업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의 수영하수처리장, 서울의 가양하수처리장 등 국내 40여개의 하수처리장에서 바이오 켓은 이미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서울의 석촌호수 일산의 인공호수가 중병에 걸렸을 때도 박 사장의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이를 해결했을 정도다. 물이 한번 오염되면 자연 정화에 50년이상 걸립니다. 오염을 예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일단 오염된 물을 짧은 시간 저렴한 비용으로 정화하는 기술이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연구 개발비를 아낌없이 퍼붓는다. 한기실업 60여명 종업원 중 고급 연구 인력이 12명이고 그 가운데 핵심 두뇌는 러시아 출신 과학자들이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15년 이상 장기 고용계약을 맺고 한기실업 연구진을 이끌어간다.
 이제 시작입니다. 수질개선과 공기정화는 산업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전의 과제이고 미생물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발암성분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유독 가스를 제거하는 기술도 지금 95%쯤 개발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미생물 연구를 확대해 암세포만 잡아먹는 바이오 켓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한기실업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미생물 14종과 그동안 회사 연구진이 찾아낸 미생물을 합쳐 모두 89종의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미생물 연구에 머물지 않고 의약분야까지 확산시킨다는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는 박사장, 그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 기업들과 바이오켓 판매 방식을 협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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