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탄을 맞았다는 말이 실감 날만큼 또 폭설 기습을 당했다. 쌓인 눈만큼이나 눈 치울 걱정이 쌓였다. 우수 앞둔 봄눈쯤으로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32년만의 기록이 말해주듯 이번 폭설은 사실상 재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폭설 후유증을 교훈 삼아, 행정은 행정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지혜를 발휘해 이번 사태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이번만은 꼭 기대되는 것이 시민의식이다. 지난 폭설기에 보았듯이 눈치우기는 행정력만으로는 벅차다. '세금 내는데 왜 해'하는 식이라면 이번에도 온통 도심을 얼음판으로 만들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업무를 전폐하고 인도의 눈을 치우는데, 상가에서는 내다보지도 않았다거나, 도로변에 자동차를 방치해 제설차가 못 움직인 일, 한 쪽에서는 곡괭이로 얼음판을 깨어내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데, 모르는 척 끼어드는 승용차 등은 겨우내 공무원들이 쏟아내던 불평들이다. 적어도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상가 음식점 숙박업소에서는 '내 집에 오는 손님을 위해서',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에서는 '내 식구를 위해서'라도 내 집 앞 눈 치우기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지역이나 있는 봉사단체, 시민단체 등에서도 복지시설이나 경로당 또는 행정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도로 등을 찾아 눈 치우기 사회봉사를 나선다면 유난히 눈이 많은 올 겨울의 미담으로 남게될 것이다.

고속도로 국도나 도심의 간선도로의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소관부처나 도, 시군 몫이다. 그러나 동해안 7번 국도 한 자리에서 연쇄 미끄럼사고가 일어났던 것처럼, 눈가림 눈치우기가 이번만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막힌 도로는 빨리 뚫되, 어설픈 빙판길로 만드는 실수를 하지말기 바란다. 아직 정확한 피해상황이 파악되지 않지만 곳곳에서 시설채소밭 비닐하우스나 인삼밭의 차광시설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관광지에서는 교통두절로 줄줄이 예약취소사태가 일어났으며, 산간 소도시에서는 5일 장이 서지 못했다. 산간에서는 설해목(雪害木)이 발생하고 있으며, 틀림없이 야생조수들은 먹이가 떨어졌을 것이다. 농작물 피해와 유통난에 따른 국지적인 물가 변동, 경기불황, 자연자원 피해 등도 이번 폭설대책에서 행정이 꼭 살펴 챙겨야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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