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에 따라서는 도의회가 파행을 겪는 이유를 크게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사자들이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잘못될 것 없다 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기도 할 것이다. 또 대단찮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문제 삼을 것 없지 않느냐고 주장하길 마다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고 깊이 생각해 보면 이러고서야 어찌 도의회 의원의 도리를 다했다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컨대 도의 소관 실국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소집한 상임위가 의원수를 채우지 못해 개회까지 진통을 겪어야 한다든가, 어렵사리 개회해 놓고 정작 업무 보고 중에 슬그머니 빠져나가거나, 개회식 때만 잠깐 얼굴 내밀고 곧장 지역구로 내려가 버리는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폐회식 때는 절반도 남지 않아 썰렁한 형국으로 상임위 회의를 마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면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업무 보고를 위해 도의회 의원보다 집행부 관리가 더 많이 참석한 상임위도 문제거니와 서너 명의 도의원만 뎅그마니 남아 자료를 훑어보는 정도라면 상임위 개회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13일부터 열린 제117회 도의회 임시회가 2001년 첫 공식일정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새해 공식일정의 시작이 이렇다면 올 한해 강원도 도의회 활동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등 교량 혹은 선도 역할을 자임해도 강원도 각종 현안이 해결될까 말까 한 판에 도의원들이 의사당은 뒷전이고 지역구 관리 등 다른 일에 이토록 관심이 많다면 이는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특히 의사당을 떠나 지역구로 내려 가는 이유가 여론 수렴의 한 방식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사전 선거운동 차원에서 그리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1 년 이상 남은 지방선거의 물밑 선거전이 시작됐다는 보도처럼 과열 양상이 표면화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의원들이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기는커녕 더욱 고조시킨다면 여론의 눈총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지선에 출마할 뜻을 품은 도의원일수록 도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더 열심히 하는 쪽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염치 없고 무원칙하며 너무나도 구태의연하고 안이한 자세로 공적 책무를 도외시한 채 '자기 일'에만 매달리는 의원에겐 자질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도의원으로서 상임위에 무관심과 생색으로 일관하는 등 무책임의 전형을 보여 주고서야 어찌 지선에 승리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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