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새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업 방식이 바뀐다. 영어수업시간에 지도교사는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해야한다.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1주일에 고작 1시간 뿐인 영어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학생들로 하여금 되도록 영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과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영어습득의 기회를 넓힌다는 게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의 논리이다. 문법위주의 독해력 신장에 중점을 두었던 과거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나 듣기 말하기에 중점을 둔 의사소통 능력 배양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는만큼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이 효율적이라는데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영어시간에 교사가 모국어를 쓰지않고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은 비록 서툰 영어지만 영어로 반응하고 간단한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영어를 매개로 한 교사와 학생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그만큼 수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런 교수학습 이론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실험과 평가에서 그 성과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을 영어의 물결에 빠뜨려 생래적 언어습득 능력을 발휘케 한다는 언어 교수학습 이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선학교의 준비상황이다.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뒷받침할만한 교육여건과 환경이 이루어져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어만 써서 영어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문제는 막연한 기우가 아니라 현실적 바탕에서 발생한 문제다. 최근 교육부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초중학교 영어교사 6만7천4백여명 중 영어로만 영어수업을 진행할 능력을 갖춘 교사는 10분의 1도 안되는 5천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로 영어수업을 하려며 최소한 '교실영어(classroom English)'정도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질과 능력을 지닌 교사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7차 교육과정의 시행시기와 맞물려 어쩔 수 없이 시행에 옮기는 것이라면 교육부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맨몸으로 깊은 강을 건너겠다'는 무모하고도 위험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선학교는 일선학교대로 고민에 빠져있고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부실수업을 걱정해 자녀들을 전문 사교육기관에 보내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없이 시행한 교육정책이 또 어떤 혼란을 일으킬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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