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평야는 97년 3월「동북아시아 두루미 네트워크」에서 이 새의 보호 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한강 하구와 함께,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의 '두루미가 월동하거나 통과하는 18개소' 가운데 한 곳이 된 것이다. 지난해 두루미 네트워크에서 3월 7일을 세계 두루미의 날로 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3월 제1회 기념행사를 철원에서 갖기로 한 것은 이제 두루미가 철원의 새가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과 감시 속에서 보호되게 됐다는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계의 새'를 어떻게 보호하고, 그 도래지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지에 대한 해답을 철원에서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이번 기념행사에서는 사진전시회, 공연, 심포지엄이 열리고 국내 두루미 도래지의 지자체 관계자, 학자, 환경단체 등이 총 망라한 '한국 두루미 네트워크'도 발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행사가 "지역주민과 무슨 이해관계가 있는가"란 물음이 지역에서 튀어나올 수 있다. 지난 가을 철새 도래지를 트랙터로 갈아엎은 사건에서 보았듯이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한 어떤 정책이나 조치는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재산권 주장이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받아 드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세계 두루미의 날 행사는 '두루미는 세계적 희귀조'라는 생태학적 가치뿐 아니라 '두루미는 이익을 주는 보은조(報恩鳥)'란 경제적 가치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철새는 재산'이라는 지역주민의 동기 유발이 다른 어떤 설명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루미 보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나 학계가 비장의 무기처럼 들고 나오는 것이 '생태관광'이다. 그러나 일본 등이 생태관광에 대해 '자연과 지역문화에 악영향이 없어야 하고, 즐기고 배워야 하며,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호하고 지역경제에 공헌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우선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마케팅이 뒤따라야 하고 그 이익을 지역에 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루미를 보호하는 지역 주민에게는 상대적으로 발생하는 영농손해를 누군가 보진해 줘야 하며, 겨울철 모이 주기에 투자된 경비나 인건비는 이른바 '탐조비' 등으로 충당해 줘야 하며, 현실적으로 이런 제도가 어렵다면, 금융이나 교육 또는 사회복지 등의 혜택이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만이 철원 두루미를 지키는 길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물음에 대한 유일한 답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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