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에는 한나라당 강원도지부가, 그리고 오는 26일엔 민주당 도지부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각각 중앙당에 '시장·군수 임명제 전환'을 건의했거나 건의할 계획을 세웠다는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우선 현재 이 문제를 비롯한 지방자치제의 골격을 상당 부분 바꾸어 보려는 일부 국회의원과 행정자치부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에 비록 중앙정당 도지부라 할지라도 전적으로 '중앙적 의식'으로 자치단체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을 중앙당에 건의한다는 것은 지방 마인드로 보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당의 입장에서 지방행정·정치권의 '하는 짓'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생각할지라도 이렇게 일방적 판단을 앞세워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아예 없애 버리자는 식의 발상을 공식화해도 좋은지 묻게 된다. 일부 도지부가 정당 공천 배제 의견을 내 놓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지방자치제의 부정적 측면만을 크게 부각하여 임명제를 거론한 것엔 행자부가 오는 3월까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여야 정치협상기구에 제출할 계획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당의 의지를 반영한 '공작적 분위기'를 느끼게도 된다.

물론 우리는 그런 일이 아니길 바란다. 또 도지부가 그처럼 지방의 정치 역량이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하는 것은 중앙정당 도지부의 임명제 전환 건의가 지방민의 여론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차례 임명제로의 전환은 옳지 못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지자체장의 비효율 행정, 전시·홍보성 사업, 정실 인사 등 민선행정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 하여 보다 발전된 의회민주제로 6 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원천 무효로 돌아가도 좋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지방자체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지 '선출직 폐해 속출'을 강조하며 임명제로 가자는 발상엔 동의할 수 없다. 중앙정당 도지부는 이 사안을 놓고 얼마나 고민했으며, 또 이를 공론화하여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과연 밟았는지 묻는다. 민의와 중앙당 사이에서 양쪽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때 도지부의 의미와 가치가 찾아지는 것이다. 도지부는 '지방자치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협의회 시·도회장단 회의' 등 관련 기관 단체의 토론에서 전문가들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한 이유를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먼저 나서서 공론화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의혹만 부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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