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과정에서 환경만큼 중요한 요인도 드물다. 성장기의 가정환경이 그렇고 학교환경 사회환경이 또 그러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참여해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해야 할 과제이고 국가는 올바른 정책과 충분한 예산을 마련해 뒷받침할 의무를 지닌다. 교육적인 가정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면 학교 환경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일은 국가적 책임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환경에 대한 책임이다. 학생들이 교문 밖만 나서면 접하게 되는 요지경같은 세상, 성인사회의 도덕적 가치는 고사하고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 어린이는 보호막도 없이 노출된다.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는 학교주변 유해업소를 규제하고 있지만 법과 규정의 허술한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솟아오르는 어린이 청소년 유해업소가 넘친다. 학교주변과 주택가 인근에 버젓이 문을 연 러브호텔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해당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자구책을 마련하는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 세대 전의 학교주변 유해환경이 고작해야 거리나 구멍가게에서 파는 불량식품 정도였다면 지금 교문밖의 사회환경은 훨씬 복잡하고도 다양해졌다. 곳곳에 산재한 성인오락실과 유흥업소들이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선정적인 광고물들이 거리에 널려있다. 심지어 여성의 나체사진이 실린 명함형 광고물들까지 골목에 뿌려지는 세상이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를 파고든 폭력 음란물들이 쓰레기처럼 정보의 바다에 떠돌고 있다.

최근엔 유리용기 속에 가두어 둔 병아리 가재 햄스터 토끼 등 살아있는 동물들을 동전을 넣고 뽑아가는 신종 놀이기구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유행처럼 번진 '인형뽑기'에서 발전된 장삿속 상품이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전 500원을 넣고 잘만하면 3,4만원짜리 가재를 얻는 횡재로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생명을 우습게 아는 풍조를 만연시킬 수 있다는 측면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장난삼아 친구를 기절시키고 깨어나는 모습을 즐기는 아찔한 놀이까지 생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판국이다. 고등학생이 사제 폭발물을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장치하는 놀라운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어린이 청소년들의 포악성이 충격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게 우리의 사회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면 이런 비교육적인 상업형태를 규제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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