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유치 후보지로 신청된 용평의 기반시설 청사진이 밝혀졌다. 투자규모가 720억 원이나 되고, 대부분 시설 착공을 올해 안으로 잡은 것이나, 말을 아꼈다가 동계체전 개막에 맞춰 터뜨린 것만으로도 이 계획은 치밀하게 짜인 2010 동계올림픽 유치 전략용이다. 그러나 金지사가 기자 인터뷰에서 "(이 계획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목적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동계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밝혔듯이 강원도의 동계스포츠 기반조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시설은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다.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는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해볼만한 시도다. 그런데도 국내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지가 용평이든, 전북 무주이든 곧 판가름 나게되기 때문에 이번 계획은 자칫 지자체간의 시설경쟁이라거나, 소모성 뻥튀기 계획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 "내년을 위한 선거용"이라고 딴죽을 걸어올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계획의 '궁극적 목적'이 도민들에게 잘 설명돼야 하고, 道도 정말 '궁극적 목적'대로 추진해 갈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도민들의 동계올림픽 유치운동에 더 불을 붙이게 됐다는 기대 못지 않게, 주변엔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되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함께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전북 무주와 견주어 강원도가 경기시설에서 크게 나을 게 없다는 점은 인정되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대로 2006년까지 대부분 시설이 완공되면, 일단 시설경쟁에서는 무주를 따돌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이미 제안해 놓은 남북공동개최가 성사된다면 그런 제의를 먼저 했고, 남북 분단도라는 명분만으로도 당연히 용평쪽 손이 올라가야 할 것이다. 눈이 많은 고장이란 입지적 우위, 시설의 우위 그리고 명분상 우위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계올림픽을 타지역에 내줄 이유가 없게 됐다.

다만 이번 시설확충계획을 계기로 올림픽 유치에서 늘 숙제가 되던 '향후 올림픽 시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란 문제를 미리 풀어냄으로써 향후관리계획에서도 우위를 차지해 올림픽유치 도민다운 역량과 지혜를 평가받아보자는 것이다. 주변을 용평관광단지로 조성하기로 한 계획이나, 동계스포츠 역사박물관 조성 계획은 일단 올림픽 시설의 향후 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에 잡힐 듯한 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계획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는 것이며, 올림픽 유치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한층 견고히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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