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 실시되는 제3대 지방선거에 출마의 뜻을 품고 있는 입지자들로서는 요즘 하루 24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이들이 바쁜 심정으로 하루 종일 쏘다니게 된 것엔 '월드컵' 관계로 지방선거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원인은 정당들의 움직임이 마치 본격 선거체제로 들어선 것 모양 빠른 발걸음을 내딛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당이나 지구당들의 이런 움직임은 두 말할 것 없이 대선을 의식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앙정가의 대선 행보에 발맞춘 지방 입지자들의 분주함을 뭐라 나무랄 수 없는 형편이다. 여당 대표의 '전국 투어'와 야당 당수의 '지하철 민심 잡기'를 보고 지선 출마에 뜻을 굳힌 인사들로서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지자들은 요즘 아침부터 각종 행사에 얼굴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전엔 이 집 혼사를 챙기고 오후엔 저 집 상사(喪事)를 살핀다. 하루 종일 행정의 큰 행사는 물론 개인들의 작은 모임도 빼놓지 않고 찾아간다.

특히 중앙당 인사가 내려올 경우 공천에 영향력을 가진 이들 실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안달하며, 그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까지 갖은 노력을 다해 줄서기한다. 후원회에 선뜻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는가 하면 초청장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모임과 행사에 얼굴을 들이민다. 우리들은 입지자들의 이런 하루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고서야 오는 지선 역시 공명선거와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입지자가 공인일 경우 걱정은 더 심각해진다. 홍보·선심성 정책이 남발될 것이고 행정조직을 선거에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래서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화하려는 중앙정당의 선거 전략을 걱정하고, 1 년 이상 남은 선거의 예상 출마자를 665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니, 도선관위의 선거 과열 분위기 우려를 이해할 만하다.

경제적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지금 이런 분위기가 바람직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직자가 늘어 가고, 날씨 관계 등으로 출어를 못할 뿐 아니라 고기도 잡히지 않아 동해안 어민들이 "쌀이 없다."고 소리치며, 도시 서민 역시 생계에 허덕인다. 이 비극적인 민생을 먼저 살피고 온전히 챙겨야 함에도 단체장 의원 지역인사 그리고 입지자들 모두 온통 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공동체적 연대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따라서 우리는 지금처럼 하루 종일 행사장으로만 쏘다닐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중임을 맡을 결심을 한 입지자일수록 자중자애하면서 보다 큰 틀에서 나라와 지역과 민생을 걱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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