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도시지역 초등학생 수가 늘어나고 교실이 모자라자 일부 지역에서 컨테이너를 급조해 교실 대신 쓰고 있다는 보도다. 3월이라 하지만 아직도 아침 기온이 영하권을 맴도는 날씨에 컨테이너 수업이라니 딱하고 한심한 생각밖에 들지않는다. 강릉 모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이 모자라 지난해부터 컨테이너를 개조해 교실로 이용해 왔는데 올해도 1학년 4개 학급의 컨테이너 수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97년부터 인근에 새 초등학교를 세우기로 했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니 더욱 한심한 노릇이다.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신흥 도시지역마다 초등학교의 교실 부족이 심각한 지경이지만 교육당국이 대책은커녕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과 미래를 본다. 춘천 모 초등학교의 경우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미술실 과학실 같은 특별교실을 일반교실로 바꿔 쓰고 있지만 학급당 학생수는 교육부 기준인 41명을 초과해 47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4천139학급 12만1천10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5개학급 1천217명이 늘었다고 한다. 농어촌지역의 학생 수가 줄어든 대신 춘천 원주 강릉 등 도시지역은 45개 학급 2천325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교실이 모자라는 건 당연한 이치다.

교실만 모자라는 게 아니다. 교사 수도 부족해 농어촌 지역의 초등학교 복식수업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고 중고등학교의 과목상치 수업도 여전하다. 교사 한 사람이 전공과목 외에 2,3개 과목을 더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교육환경개선이니 교육개혁이니 교육입국이니 하는 구호들이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이처럼 열악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않는 우리교육 현실에 절망한 학부모들이 서둘러 이민을 떠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장관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정책이 달라지고 일관성없는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투자에 인색한 판이라 '교육부가 없어져야 우리 교육이 바로 될 수 있다'는 극한적인 말이 교육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올 정도다.

개혁도 중요하지만 교육당국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컨테이너 수업을 하는 강릉 모 초등학교의 경우 97년부터 인근에 새 학교를 세우기로 했으면서도 이제야 신축교사를 설계하고 있다니 학부모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 아닌가. 교실도 모자라고 선생님도 부족한 우리 교육 현장에서 교육개혁은 빛바랜 구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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