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黃砂)에, 강풍에, 날리는 쓰레기에 요즘 시민생활이 말이 아니다. 최근 10년 간 연평균 황사일수는 불과 4.5일. 그러나 올해는 지난 3일부터 황토바람이 불기 시작해 7일까지도 멎지 않았다. 호흡기 환자가 속출하고, 집안까지 먼지투성이다. 온통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이 같은 자연현상을 두고 어쩔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판에 겨우내 몰래 내다버린 생활쓰레기, 건축 폐기물 따위까지 가세해 큰길이든, 골목길이든 발 디딜 틈도 없이 만들어 놓고, 빈터면 어디든 쓰레기가 산을 이루게 했다면 이 책임은 시민생활환경을 지키고 있는 행정에 물을 수밖에 없다. 생활쓰레기는 당연히 분리해 종량제 봉투에 넣어 일정한 장소에서 수거토록 되어있고, 누구든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건설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전문업체에 위탁해 분리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몰래 쓰레기, 폐기물'에 대해 규정을 지키지 않는 '양심불량'에 책임을 전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태를 감시하고, 계도하며, 규제할 책임은 행정에 있는 것이다. 최근 동해시에서 한 업체가 건축폐물을 불법매립하고, 공사장 흙탕물이 바다를 오염시키다가 한 환경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춘천에서는 도심에 불법투기한 쓰레기가 하도 많아 지나다니는 것도 방해를 받는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해빙기엔 꼭 등장하는 단골 메뉴 기사지만 이번만은 그 감도가 달랐다. 어디서나 예년에 없던 이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겨우내 하나 둘 몰래 내다버린 각양각색의 비닐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있다. 심지어 한 동사무소 뒷담은 아예 쓰레기장이 돼버렸다. 민가가 없는 국도 변 쓰레기도 만만치 않다. 으슥한 곳이면 예외 없이 자동차에 싣고 와 내다버린 검은 쓰레기 봉투 투성이고, 폐가구, 못쓰게 된 가전제품까지 널려있다.

도시민들이 내다버린 소위 '원정 쓰레기'이다. 수로원들의 말을 빌면 자신들의 관할 구역 한 곳에서 만도 "몇 대 분의 쓰레기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뒤져보면 건축폐기물, 심지어 공장폐기물도 없다고 단언하지 못할 것이다. "쓰레기에까지 돈을 들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그런 의식을 부추기고 있는 행정의지 빈곤이 더 큰 문제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래 한 때 정착되는 듯 하던 이 제도에 나사가 풀린 증거가 바로 요즘의 '불법 쓰레기 대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에서 나온 전화번호 등에서 단서를 잡아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첩보전 같은 불법투기 방지 방법 등은 결국 언론 홍보용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이웃에서 몰래 버린 쓰레기 속의 어떤 단서가 빌미가 돼 과태료를 물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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