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원산(元山)에 있는 모래톱만이 명사십리가 아니라 동해안 해변가는 어디나 다 '명사십리'다. 속초 영랑동 앞 해변, 양양 남애리 해변, 강릉 초당동 앞 강문 해변, 그리고 삼척 호산의 재산마을 앞 해변, 이 모두 모래톱의 길이 넓이 깨끗함으로, 그리고 해송과 동해의 푸른 물과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만들어낸다. 동해안 해변의 운치는 서해나 남해 해변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자랑할 만한 강원도의 명승지일 뿐 아니라 강원도민들은 이 청정 해변의 모래톱으로 수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아 경제적 이득을 얻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동해안 여러 해변들이 경관과 경제적 효용가치를 상실할 위기를 맞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방관할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동해안 해변이 침식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최근엔 그 정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모양이다. 도(道)환동해출장소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면 동해안 해변 백사장은 물론 파제벽이 붕괴되는가 하면 해당화와 해송은 진작에 심한 피해를 입었고 가옥 피해 사례까지 발생했다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당국이 연안정비 계획을 세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한심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행정이 꼭 무슨 일이 이렇게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서야 대책 마련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침식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으면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해수욕장을 운영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된 뒤에야 사후약방문 모양 대비책을 찾는 식이라면 문제다. 그러니 어지간히 예산을 확보해도 근본적 치유는 기대난망일 것이고, 일부 지역에선 예산 확보도 어려워 발만 구르는 형편이 아닌가.

해일이나 심한 파도 등 천재(天災)적 성격의 침식 피해라면 이해될 만도 하나 방파제 건설 등 인위적 구조물 때문에 해변 침식이 가속화되는 것은 사전에 세밀한 과학적 조사·연구가 부족했다는 증거일 것이고, 이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시대 이후 "그 아름다운 동해의 명사십리는 다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을 들은 지 또 다시 수십 년이 지났다. 해당화는 이미 사라지고 해송은 솔잎혹파리와 사람들에 의해 죽거나 잘려 나갔다. 영세한 횟집이 아름다운 해변 경관을 추락시키고 무분별한 건축으로 스카이 라인이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해안 및 해변 대책이 시급하다. 당국은 연안정비계획 대상 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이안제나 해안도로 옹벽 등 침식 방지 시설이 피해 지역이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해안에 모두 설치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