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은 학자에게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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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대 한림과학원 현승종(86)석좌교수가 오는 31일 퇴임식을 갖는다. 현 석좌교수는 대학교수로, 총장으로, 대학 이사장으로 수많은 이력을 쌓아왔지만 도민들 기억에는 아직도 중립내각의 강직한 총리로 남아있다. 서울시 세종로 인촌기념회에서 만난 현 석좌교수는 "정이 들어서 손 발 떼기가 아쉽다"고 강원도에 친근감을 보이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84년 한림대와 인연·중립내각 총리 강한 인상
퇴임후 고려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으로 활동

 -한림대와 인연을 맺게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한림대 설립자인 윤덕선 박사와는 중학교 동기동창입니다. 지난 81년 12월 한림대를 새로 시작할 때 도와달라고 했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학교발전위원회를 맡으며 도와주다 정년퇴임을 앞둔 84년도에 한림대 전임교수를 맡게 됐습니다."

 -정권이양기에 중립내각의 총리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셨습니다.
 "총리 요청이 왔을 때 안가려고 무척 몸부림쳤지요. 저로서 고마운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에 관한 한 총리에 일임하고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니 법이 정한대로 나갔습니다. 그것이 비교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중립내각 끝난 뒤 언론들이 잘했다고 평가했고 KBS에서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오늘(29일) 친일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일제시대 전력을 공개해 논란을 빚은 적도 있으셨지요.
 "44년 1월 20일에 일본군에 끌려갔습니다. 전쟁 끝날 때까지 중국에서 군대생활했어요. 이 내용을 한 언론사와 인터뷰 했는데 친일행각했다고 대소동이 났습니다. 어느 방송에서는 노골적으로 친일행위를 했다고 했습니다. 당시(99년) 청와대가 나서 특정교수를 건국대 총장으로 밀었던 일이 있었는데 이사장인 제가 대답을 안했어요. 그 후에 정무수석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느 교수를 총장을 시켜달라길래 그 사람 시키면 학교 망한다고 했지요. 그것에 앙심을 먹고 방송에 제보했고 음해가 시작됐어요. 결국 소송을 제기해 친일과 무관하다는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많습니다.
 "과거사 청산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면 학자들을 시켜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과거사 규명은 정치적 목적이 있어요. 그런 의도에서 다루면 정권이 바뀌면 비판이 또 나옵니다. 그것이 큰 잘못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념이나 가치관 등 보다 복잡한 갈등 구조에 놓여 있어 국민들이 대단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 점잖게 말씀도 삼가시고 조심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보도를 보니 아시아의 네마리 용 중 싱가포르가 우리보다 연소득이 배나 더 많아요. 네마리용 중 우리가 제일 뒤처지고 있습니다. 경제를 좀 살리도록 해야 합니다."

 -강원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신데요.
 "한림대는 춘천토박이 대학이 됐습니다.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정말 인심이 순박하고 좋았습니다. 총리를 끝 마치고 제 숙소가 엘리트아파트(춘천)였는데 돌아가니까 현수막을 내걸고 환영해 주었어요. 감격의 눈물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명예도민증까지 받아 늘 가지고 다닙니다. 정이 들어서 손발을 떼기 어려워 시간나는대로 춘천을 찾을 생각입니다. 퇴임식 날인 이번 수요일에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갈 생각입니다."

 -퇴임후 계획을 말씀해 주시지요.
 "9월1일부터 고려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일을 맡게 됐습니다. 한림대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고려대를 위해서 나이는 90에 가까워졌지만 전력을 다해서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사회생활을 고려대에서 시작했는데 마무리도 고려대에서 합니다. 귀소(歸巢)의 설렘을 느끼고 있어요." 
▲ 약력
·평안남도 개천 출신
·경성대학(서울대학교) 법과 졸업
·고려대·대만 쳉치(政治)대 명예법학박사 학위
·고려대 교수
·성균관대·한림대 총장
·한국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제24대 국무총리
·건국대학교 이사장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한국위원회 초대회장
서울/송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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