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던 고속도로, 철도, 공항 등 도내 국책사업들이 또 후순위로 밀린 것을 보며 "도대체 강원도 정치권이나 행정은 뭘 하고 있느냐?"고 내뱉는다면 아마 도민들이 속에 담고 있는 심정을 그대로 옮긴 게 될 것이다. 중기교통시설투자계획위원회가 도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책사업들을 대부분 뒤로 밀어 놔 이 사업들이 잘 될 것인지는 5년 후에나 또 기대를 해보게 됐다. 정부가 결정하는 일을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 몇몇이나 道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을 싸잡아 지역주민들의 뒤틀린 심사의 표적으로 삼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가 돈을 대줘 이뤄지는 사업은 번번이 그 순위가 타시도 보다 뒷자리고, 이번처럼 빨리 될듯하다 뒤로 밀리는 것은 소위 '강원도 대표'들이 중앙 정치권에서 제대로 말발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업이 벌어질 때마다 중앙정부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며 안 되면 떼를 써서라도 성사시키는 것이 道가 할 일인데도, 그런 道의 행정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 째는 이들 국책사업이 하나같이 국회의원이든 지자체장이든 선거 때마다 공약 또는 치적으로 등장해왔으며, 차기 선거에서도 또 등장할 '고정 레퍼토리'가 될텐데도 이럴 땐 누구 한사람 내 탓이라고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정치권과 道는 도민의 따가운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중기투자계획에서 정부는 오는 2004년까지 고속도로의 경우 서울∼춘천간은 총사업비의 10%, 춘천∼양양간은 5%, 철도는 경춘선 복선화 23%, 원주∼강릉간 5%, 춘천∼속초간 3%, 강릉공항은 7%만 투자하기로 했다. 교통체계효율화법을 근거로 하고 있는 이같은 투자계획은 일단 5년 간 집행을 하고, 그 때 가서 투자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 투자 비율은 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 투자우선순위를 누가 매겼으며, 앞으로는 누가 매기느냐는 것이다. 물론 도로·철도·항만·공항 등 교통인프라는 국민의 생산활동과 생활을 지원하는 공공성의 사회간접 자본이기 때문에 이를 결정하는 데는 고도의 정책적 분석이 뒤따른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경춘선이 마치 '교통유적'처럼 고물이 되었는데도, 이 지역 민원을 외면할 수 있으며, 신동해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면서도 영동 가는 길은 이 지경으로 방치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그 투자순위라는 게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보채고, 설득하려 드는 '특정 지역 파워'에 더 힘이 실려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지역 주민의 시각이다. 강원도 정치권과 행정력이 바로 그 점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당장 "사업이 연기되거나 못하게 된 것도 아닌데 왜 문제냐"고 반문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는 늘 뒷자리'라는 거듭되는 관행이 도민의 패배감도 그만큼 쌓아놓는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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