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정부의 교통망 건설 계획이 신문지면을 메우자 "또 때가 오나보다"라며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한 시정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다. 도로 하나가 개설되자면 '하기로 했다'로 시작돼 '검토 중', '설계 중', 드디어 '착공' 발표까지는 대개 몇 차례 선거가 넘어가는 게 관행이라는 데서 비롯된 자조이지만, '빠르면 7월 발주'라는 동서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사정이 다르다. "언제쩍 동서고속도로냐"며 일축해버리고 싶을 만큼, 귀가 닳도록 듣던 그 계획도 솔직히 하든지 말든지이다. 다만 문제는 이 도로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고 다급해 졌다는 점이다. 과거 정권이 마치 저개발 道에 대해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벌여 놓지 않았다면 이렇게 지지부진할 수 있느냐고 반박만 할 수 없을 만큼 이젠 이 도로에 강원도가 사느냐 죽느냐가 걸렸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새삼 부상했다는 것이다.

인천 국제공항이 개항됨으로써 멀기만 하던 강원도는 더 멀어졌다. 이제 강원도의 관문은 과연 어디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막연히 서울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해야할 만큼 경제 문화 사회적 지방분권은 강해졌다. 이 때문에 지자체마다 '우리도 해외와 통하는 하늘 길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그런 이유 때문에 양양 국제공항이 건설되고 있다. 이 공항이 신동해시대 한국의 관문이 되게 해야 한다는 밑그림은 그려져 있다. 이미 금강산 관광, 속초∼자루비노 뱃길 개설 등으로 이 공항의 역할과 물류수요는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백산맥 동쪽 기슭에 붙여 논 이 공항은 지금과 같은 접근성만으론 그 배후가 너무 빈약하다.

최근 한 지자체가 서울∼속초간 44번 국도에 붙여놓을 4차선 도로 개설을 건의하며, 그 배경을 양양국제공항과 2시간 30분 이내로 '자동차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았다. 종착지가 양양인 동서고속도로는 지금 이 도로권의 이같은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내부수요는 1차적인 것으로 치더라도 동해안에 수많은 외국배가 접안을 희망하고, 금강산 육로 관광수요가 수도권에서 폭발한들 왕성한 물류수송 기능이 없다면 다 허사라는 위기의식도 지금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의 도로 철도 건설 계획들이 혹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하더라도 그건 정치권 사정이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되, 더 빨리 서두르도록 도민적 역량만 모아지면 된다. 국제공항이 서쪽으로 더 멀어졌다면, 동쪽에 있는 또 다른 국제공항이자, 강원도 공항으로 더 빨리 가는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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