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해 실제로는 금년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제도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부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 학생 학부모 등 2만5천2백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정책 현안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밝혀진 내용이어서 교육현장과 당사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의미를 지닌다. 조사대상의 65.3%, 특히 전체 교사의 75.4%가 '새 대입제도가 교육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대답 한 것은 새 대입제도의 불합리성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수능시험의 9등급제와 학생부에 의존하는 대입제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수능 시험의 등급제가 변별력을 따질 수 없고 학생부는 이미 공신력을 잃어 전형자료로서의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들쭉날쭉 난이도로 해마다 대학입시에 파란을 일으켜온 수능시험이 그나마 등급제로 전환될 경우 변별력이 미흡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교 교과성적 '뻥튀기'로 신뢰도가 낮아진 학생부를 전형 잣대로 삼을 경우 잡음 또한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이밖에도 새 대입제도가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초학력 배양을 저해하며 특히 특기 적성교육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불만이 표출되었다.

이와같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새 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교육부가 내세웠던 이점을 뒤엎는 시각이다. 교육부는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면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고 학생들은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며 학부모들의 무거운 사교육비가 경감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부의 말을 믿고 교과수업을 소홀히 한 지금의 고 3학생들은 내년에 어렵게 출제된다는 수능시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수생들에게 학력에서 밀린다는 불안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교육부가 교육개혁 차원에서 마련한 새대입제도의 허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여겨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의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실붕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특기 적성교육을 위한 사교육기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공교육이 위기에 처하고 학부모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 조기 유학 열풍이 일고 있는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확대하면서 감독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깊이 연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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