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역 이전 안이 등장했다. 경춘선 춘천도심 통과구간의 '고가화'는 시민이 반대해서 어렵고, '지중화'는 철도청 반대로 어렵다. '그렇다면 춘천역을 외곽지역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오는 2009년 개통예정인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 가운데 춘천 도심통과 구간을 놓고 철도청과 춘천시민이 벌이고 있는 논쟁은 이미 의견대립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도심통과 구간이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는 시민 요구에 철도청은 급기야 "문제의 구간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철도청의 이런 결단 이면엔 "지역의 숙원이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될 수 있다"는 고도의 회유성 복안이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이 시점에서 "그렇다면 철도청은 문제의 구간 밖으로 춘천역을 이전하라"는 대안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은 철도청의 공사중지 엄포에 마지못해 나온 것도 아니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 고가철도를 놓겠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구간은 오래 전부터 철도를 걷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던 곳이다. 또 춘천역도 이 경춘선이 끝나는 지점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은 도시개발 구상이 밝혀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사안이다. 이 때문에 경춘선 복선전철화 계획이 확정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춘천역 이전여론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으며, 문제의 구간에 대해 '고가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도 춘천역을 외곽으로 이전하면 될 일 아니냐고 각계에서 무언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철도청이 도심지역 구간을 고가화 해서라도 기존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하는 데는 향후 동서축을 잇는 철도화 계획과 경춘선 복선화가 맞물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후 사정이다. 그러나 도내에서도 강릉역, 원주역의 외곽이전이 쟁점화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철도청의 이같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이 때문에 지금 지역에서 철도청의 기존노선 고수 입장의 배경을 놓고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군기지 등 중요 군사시설의 연계철도이기 때문에 "춘천은 떠나도 춘천역은 못 떠난다"거나, '역세권 주민들의 상권보호를 위한 강력한 반발' 등 비관적 추측들이다.

이런 추측과 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춘천역 이전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가화다', '지중화다' 논란에 앞서 과연 그런 싸움을 하면서까지 이 노선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이를 공론화 할 필요성이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세트 같이 작고, 촌스러우며, 외진 춘천역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기 때문이다. 백년대계를 위해 춘천역 이전 문제가 재론되는 것이 나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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