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반발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에도 강원도교육청이 거의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니 놀랍다. 교육청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서와 함께 일제 제품 불매 및 국산품 애용운동을 벌이고, 교총이나 교원노조에서도 나름대로 왜곡의 본질을 특별수업 형태로 가르치는 중이다. 의식 있는 일부 역사교사들 역시 왜곡 실태를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강의하는 등 개인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청의 무관심 무대책과 이들의 적극적 활동 사이의 이 현격한 상황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시민이 '역사 바로잡기'에 나서고 개인과 단체가 일본 역사관의 부당성을 규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 전에 강원도 교육 전반을 담당하는 교육청이 먼저 나서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함에도 강원도교육청은 여론에 떠밀려 겨우 이제서야 간담회를 하고 있으니, 이 구태의연하고 안이한 자세는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더욱이 엊그제 강원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학교 중 하나인 홍천의 동창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300여 출향 총동문회원들이 모여 규탄대회를 연 장면을 볼 때 교육청의 노력이 너무 미미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교육이 무너진다는 소리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지 아니한가. 이런 교육 붕괴 현실의 한 책임을 분명히 교육 행정 당국이 져야 함에도, 특히 이번과 같이 국민 모두가 공분하는 국가적 이슈에 지역 교육청으로서 할 바를 찾아 바른 교육을 해야 함에도 교육철학이나 역사철학이 전무한 것처럼 마치 넋 놓은 듯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면, 이게 도대체 주민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으로서 취할 수 있는 태도인가. 일본의 역사 왜곡이 '역사 침략'일 수 있다는 점을 적시하면서 자라나는 세대의 역사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에 주목할 때 교육청의 무대책은 지탄을 면치 못할 부끄럽기 이를 데 없는 자세다.

우리는 이번 '일본 역사 교과서 무대책' 사실을 교육 정책의 혼선과 표류, 교육 행정의 효율성과 전문성 상실, 교육 개혁 후퇴, '교육이민' 불사 현상 등 비정상적 현실 교육의 난맥상들이 아직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교육 행정 주체의 무(無)철학 때문임을 보여 주는 하나의 징표로 받아들인다. 대단찮은 일을 가지고 그렇게 확대 해석할 것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나, 그리고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기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이는 결코 대단찮은 일이 아니며 부당한 지적이 아닌 것이다. 이 기회에 강원도교육청은 내부적 건강성을 점검하고 바른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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