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대기도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른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반면 인간의 문화는 저급에서 고급으로 올라가고, 주변문화는 끊임없이 중핵문화를 흠모한다. 자연현상과 인간현상이 이렇게 서로 다른 법칙성에 기인하는 것은 자연현상은 균형을 잡으려는 방향으로 이동하지만 인간현상은 더 경제적이고 더 편하고 더 고급한 쪽으로 가려는 생존 또는 욕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강원통계사무소가 발표한 '2000년도 인구이동 집계결과'를 볼 때 이런 사람살이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법칙성을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법칙대로라면 사람들이 전국토에 골고루 퍼져 살아야 하지만 인간은 이와 달리 자꾸 서울로 서울로만 이동하고 있다. 지난 98년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려 그야말로 유행가 가사 그대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담봇짐을 쌌다네"가 계속돼 인구순이동이 58.5%나 증가했다.

어찌하여 더 경제적이고 더 편하고 더 고급한 곳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지역에만 한하느냐는 물음에 이르러 우리는 정책의 잘못, 제도적 모순, 운영의 미숙 등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수 많은 규제로 사람들이 강원도 땅에서 편히 살 수 없게 해 놓은 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수도권공장총량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공장들이 지방으로 전혀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는 공장 증축 및 신설이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기업체 유치나 공기업 지방이전을 강조해도 실현 안 되고, 원주시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런저런 규제로 공장 지을 땅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피해 보는 곳은 소외지역인 강원도다. 댐 주변지역 지원도 늦어지고 접경지 지원은 무슨 그리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하는지 쉬 구현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도민들이 공동화된 강원도를 뒤로 한 채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지방대학을 졸업해선 취직하기 어려운 데다가 충족시킬 만한 기업체도 드문데 어찌 20대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귀농대책도 미흡하니 고향에 돌아왔던 귀농인들이 어찌 또다시 유턴 않을 수 있나.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잘못이 크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정부도 유인책이나 정주의식을 개발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앵두나무 우물가"와도 같은 하이테크밸리를 찾도록 하는 등 청정 강원도 여건에 맞는 산업을 더욱 적극 육성해야 한다. 도내 인구 수도권 전출 증가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국은 이런 모든 여건을 충분히 감안한 실효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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