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원 횡성주재 취재부장

 횡성지역 농협노조가 지난달 9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간 이후 노사 협상마저 중단되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노조 파업에 맞서 일부 농협에서는 직장폐쇄 조치까지 거론되는 등 상호간의 감정이 격화될대로 격화된 모습을 보이며 노사간 접점없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노사 양측의 깊은 속사정이야 모르겠으나, 이 시점에서 '파업의 빌미를 누가 제공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결코 중요한 일이 아닌 듯 싶다.
 왜냐하면 아무리 파업에 대한 변명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그동안 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 신청을 외면하고, 수 차례 협상이 결렬되면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책임은 양측이 모두 통감해야 한다. 노사 모두 파국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노사 양측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노사간의 핵심 쟁점은 △고용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후퇴없는 노동조건을 전제로 주 5일제 실시 △인사위원회 참여 △노동조합 전임 인정 등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노조측은 정당한 요구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사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맞서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사 모두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진정한 협상자세로 임한다면 결코 풀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협상이 성공하기를 서로가 원한다면 노사가 협상 능력부터 갖춰야 하며, 이기거나 지는 것에 운명을 걸기보다는 상호 의견을 통합하는 해결책을 추구해야 한다. 양측이 모두 원하는 것들을 얻고 동시에 승자가 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협상의 목적은 상호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있기 때문이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너도나도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고 야단들이다. 농민들은 수입개방 파고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도 인건비는 고사하고, 자녀 학자금 건지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농민들은 오늘도 자식처럼 귀한 쌀 한톨을 더 건지기 위해 땅과 씨름을 하고 있으며 쌀값을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쌀 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농민 단체들은 벼 가마를 쌓아두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협이 '누구를 위한 단체인가'를 정확히 되새겨야 할 때이다.
 "생존을 위협당하고 있는 농민을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려는 행태가 너무 밉다" "파업 이유가 누구에게 있든지, 노사 모두 농협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반문하고 있는 농민들의 비난과 성토를 잘 헤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농심(農心)'을 생각하고 서둘러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가 없다 해도, 우리의 농민을 위해 해결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공한 협상 사례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노조측도, 사측도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파업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타협'을 전제로 한 '대협상'이 필요한 때이며, 위기 극복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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