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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자신들이 연말을 맞아 지역내 몇 곳의 불우시설을 방문, 성금과 성품을 제공하려 하는데, '직접 취재해 보도를 좀 해 줄 수 없느냐' 는 요지의 전화였다.
 사실, 해마다 연말과 명절때만 되면 개인이나 단체들로부터 각종 미담 활동에 대한 보도를 요청하는 자료가 폭주한다. 기자 입장에서는, 점점 각박해 지는 사회속에서, 그나마 사회를 밝게 해 주는 선행(善行)이라는 생각에 이들의 봉사활동을 가급적 다뤄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례적으로 등장하는 비슷한 행사인데다, '자신들의 선행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느낌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미담 내용도 각 단체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불우·소외시설을 찾아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전달하고, 사진 찍고, 돌아온다는 줄거리다.
 무엇보다 일부 개인이나 단체는 자신들의 봉사에 대한, 자신들의 평가에 매우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신문에 크게 내 달라' '우리 단체 이름을 반드시 넣어 달라' '회장님의 얼굴을 꼭 넣어 달라'등 요청사항도 각양각색(各樣各色)이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사진크기와 함께 기사 부분에 들어 갈 내용까지 고맙게도 지정해 준다.
 앞서 얘기했듯이, 기자는 자신들의 선행에 대해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왜냐하면, '세상을 혼자만 잘 살면 깨소금' 일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세상이야 어찌 되든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보다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아름다운 세상이며 살 맛 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소외된 이웃들을 도와주며 '소리없는 선행'으로 찬사를 받는 숨은 천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종종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듯이, 기자가 구태여 일부 개인이나 단체가 '생색내기를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숨은 천사들의 선행을 빛바라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다.
 선행에 꼭 평가(評價)가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필요에 따라 세상에 알려져야 할 사연도 있다.
 그러나 순수했던 마음이 한순간의 욕심으로 명예가 허물어 져 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보고 있기에 경계(警戒)하자는 것이다.
 구세군 사랑의 종소리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10원이나 100원이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한 없이 커 보이는 것도 '대가 없는 선행'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회의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믿음과 사랑으로 봉사를 실천하는 천사들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자신들의 봉사를 대가로 한 부끄러운 행동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이날 오후 내내 씁쓸한 마음이 자리잡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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