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보전에 이의가 있을 리 없다. 영월댐 백지화가 바로 동강 보전에 있었고, 그 강을 살리자는 것이 국민적 염원이기 때문에 '개발'이란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지역정서이다. 따라서 동강을 자연생태계보전 지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주민·지자체가 반발하는 것을 놓고, '보전'과 '파괴'의 대립인 것처럼 이분법적 해석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 분명히 '이유 있는 항변'이며, 정부는 이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자연생태계보전지역은 '환경부장관이 자연생태계의 보전이 특별히 필요한 지역에 대하여 설치한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이라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구가 설정되면 환경부장관이 자연생태계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관계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특별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활용할 수 없으며, 오로지 자연생태계보전 조치만 준수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바로 이 점이 곤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환경부와 자연보호단체들은 "동강을 어떻게 살렸는데 보전을 반대하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 제동을 걸며 동강을 살린 것은 '강물과 물고기와 주변 경관만 살렸다'는 협의의 뜻이 아니다. 그 강과 더불어 내려온 유구한 역사와 문화, 인간의 삶, 정서 그리고 아라리 가락까지 살렸다는 광의의 뜻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이 때문에 당장 땅값 보상의 이해관계가 얽힌 주민들까지 동강 살리기에 보낸 국민적 성원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환경부가 내놓고 있는 동강 대책은 전적으로 '협의의 뜻'에 못박고 있다. '자연은 살리고 사람과 역사와 문화는 알 바 없다'는 것이면 몰라도, 오로지 자연만이 주인인 극상원시림, 특정야생동식물 분포지, 늪지 등에 적용되는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을 3개군(郡) 수십만 명의 삶이 녹아 내리는 동강 전역에 설정하려는 시도는 단견이다.

道와 유역 자치단체들은 자연을 보전하고 동시에 주민 삶의 질도 보장하는 '자연휴식지'라는 대안도 내놓았다.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이 제도는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해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대상지역의 주요 자연자산을 선정·고시하며, 이용료를 징수하여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보호하면서 이 때문에 침해받는 주민의 삶도 보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철원평야를 생태계보전지구로 지정하려다 주민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걸핏하면 강공 드라이브를 써 주민과 충돌하는 방법을 이번에는 동강에서 재현할 이유가 없다. 자연보전이라는 것이 궁극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는 것이란 평범하지만 실현하기 어렵던 과제를 동강에서 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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