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영동본부 취재부국장

 일본이 독도 주변 수로 탐사라는 위험한 '도발'을 계획하면서 동해바다 밑 중요 해저 지명이 국제적으로는 일본이 붙인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이 새롭게 눈을 떴다.
 우리가 이름을 붙인 '울릉 분지(해분)'가 국제수로기구(IHO) 자료에는 '쓰시마 분지'로, '이사부 해산'은 '순요퇴'로 기록돼 있다는 것은 경악을 넘어 서글픔까지 자아내게 한다.
 여기서 대화퇴(大和堆)라는 해저 지명도 한번 되돌아 보자.
 쓰시마분지나 순요퇴는 일반적으로는 거의 사용될 일이 없지만, 대화퇴는 기상 해양 어업 등의 분야에서 고유명사 처럼 너무 흔하게 사용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대화퇴가 어떤 곳인가. 동해안 어업을 말할때 대화퇴를 빼면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황금어장이다. 속초나 주문진, 묵호 등지의 동해안 주요어항에 적을 두고있는 어업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거의 집앞 텃밭 처럼 대화퇴 어장을 들락거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러시아 연해주 어장에 돈을 주고 원정 조업을 하고있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도 러시아쪽 어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화퇴로 돌아와 만선의 꿈을 키운다.
 한·난류가 교차하고 바다 밑에 솟아오른 둔덕 때문에 수심이 200∼300m 밖에 안돼 각종 해조류가 풍부하게 서식, 제철에는 오징어 등이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이라는 어장이다.
 독도에서 북동쪽으로 340㎞. 200해리를 적용하면 우리가 전관수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에게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여서 90년대 말 신(新)한·일어업협정 체결 당시 양국은 독도 주변과 대화퇴 어장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대화퇴 어장의 50% 정도를 중간수역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이 중요한 어장이 일본 이름이라는 것.
 동해연구회 등 각종 자료에 따르면 대화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동해 수로를 탐사하면서 당시 측량선인 '야마토 호'의 명칭을 이곳에 붙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대화(大和·야마토)라는 이름은 일본인들이 그들의 정신을 말할 때 언필칭 따라붙는 상징적 명칭이기도 하니 더욱 아찔하다.
 '야마토 다마시(大和魂)'를 일본인들이 얼마나 떠 받들고 집착하는지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수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오키나와 해전에 투입했다가 침몰한 당시 세계최대 전함이 '야마토 전함'이었고, '대화혼'이라는 말은 일본의 군국 영화에도 화두처럼 자주 등장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야마토라는 말의 유래가 된 일본 고대 '야마토 정권(4∼6세기)'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다고 그들이 억측을 하는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와도 연결된다.
 이같은 의미를 담고있는 명칭이 해방후에도 버려지지 않고 '대화퇴 어장∼'식으로 관용적으로 사용돼 우리의 일반적인 해도(海圖)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니 어찌보면 전율할 일이다.
 혹자는 일본의 독도 도발로 인해 필자가 이미 정착된 용어에까지 흥분하고 있다고 탓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EEZ 내에까지 '쓰시마 해분'이니 '순요퇴'니 하는 이름을 붙이고, 독도를 '타케시마'라고 우기는 저들의 집요함에 비하면 대화퇴 폐기처분론은 오히려 정당하지 않은다.
 엊그제 한·일 외무 차관의 극적 합의로 일본의 수로 탐사가 일단 무위로 끝나기는 했으나 해저 지명은 여전히 과제면서 불씨로 남았다. 대화퇴가 정서에 맞는 우리 이름을 찾아 즐겨 사용되기를 학수고대한다. 특히 강원도는 실직(悉直·삼척)과 하슬라(何瑟羅·강릉) 군주를 지낸 이사부(異斯夫) 장군이 우산국을 복속시킨 이래 1500년간 울릉도 독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니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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