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허균·허난설헌 문화제를 맞아 강원도민일보와 선양사업회(회장 咸泳澮)가 처음으로 시도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새로운 평가, 새로운 논제들이 잇따라 제기돼 학계 전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李離和 역사문제연구소 고문은 “과거의 내용을 다시 주어담는 답습형태가 아니라 4명의 발표자들이 모두 새로운 내용과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허균·허난설헌 연구와 재조명에 새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첫 주제발표에 나선 중국 청도해양대의 李承梅교수는 비슷한 운명을 살면서 빼어난 시적 세계를 창출해낸 조선시대 허난설헌의 ‘난설헌집’과 중국 宋代 朱淑眞(12세기에 활동)의 ‘斷腸集’비교연구를 시도해 먼저 큰 관심을 끌었다.

李교수는 “여성 운명에 반기를 든 시적 세계를 창출해내면서 시대를 앞서간 두 여성이 창작적 시야를 여성생활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시대적 풍운과 역사적 변천, 민생 질곡 등에까지 돌려 여성시 영역의 확대도 이끌었다”고 말했다.

허난설헌의 ‘감우’‘貧女吟(빈녀음)’‘축성원(築城怨)’등은 향락에 대한 경고, 가난한 처녀에 대한 동정심, 城쌓기에 주력하는 국방의 허실 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결코 자기 한 개인의 고통에 시야를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국방으로까지 시야를 확대시킨 산물이라는 것이다.

李교수는 “소녀시절 장밋빛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부풀어 있던 한·중의 두 여류문인이 여성에게 예속적 삶의 권리밖에 허용하지 않은 당시 제도적인 틀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은 한·중여성생활사 연구에도 귀중한 소재”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문헌에 수록된 허난설헌 작품의 실체와 계보’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순천향대 중문과 朴現圭교수는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 논란과 관련, 일부 前人의 작품을 개작한 흔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허난설헌의 위대성을 가려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발표를 해 민감한 부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朴교수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시 중국과의 교류로 허난설헌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朝鮮詩選(조선시선)’‘古今名媛彙詩(고금명원휘시)’‘列朝詩集(열조시집)’등 모두 20여개에 달하는 중국 문헌에 난설헌의 작품이 수록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朴교수는 “중국의‘고금녀사(古今女史)’에서 총평을 한 湯海若은 허난설헌의 재주가 중국 삼국시대 일곱 걸음을 옮기면서 ‘七步詩’를 지었다는 曺植의 재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당시 중국내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릉대 張正龍교수는 蛟山 허균의 문집 ‘성소부부고’에 수록된 세시풍속詩를 중심으로 ‘허균의 宮詞에 나타난 궁중풍속’을 발표하면서 “교산이 작성한 세시풍속 詩는 18세기 후반에 작성된 것을 중심으로 논의된 바가많았던 세시풍속 연구를 보완해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許경진교수는 ‘東詩品彙補와 허균의 科體詩’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허균이 과거시험 등에서 실시하는 과체시에서도 무려 27회나 잇따라 월과에 장원급제 하는 등 뛰어난 재주를 보였으나 허균 본인은 과거시험공부가 올바른 문장공부는 아니라고 반성하는 등 문리를 보는 눈이 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嚴昌燮관동대교수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한글 문예사조의 지평을 연 인물”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朴現圭교수가 중국 ‘古今女史’에서 湯海若이 했다고 소개한 허난설헌 작품에 대한 평가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덧붙여 본다.

“우연히 문집 한권을 얻어 읽어보니 빛나고 아름다움이 눈을 쏘았다. 생각지도 않게 異域(이역) 여자가 이처럼 현숙하고 총명할 수 있는가”



江陵/崔東烈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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