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방산림관리청이 '송이 나무'를 심고 있다.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등 산불이 집어 삼킨 민둥산에 소나무 묘목을 심어 송이 밭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6월 1차로 고성, 삼척 산불 피해지 60㏊에 30만 그루를 심었으며, 이번에 2차로 65㏊에 32만5천 그루를 심는다는 것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송이는 소나무 잔뿌리에 붙어 형성된 균근(菌根)에 의해 돋기 때문에 20∼60년 생 소나무 숲은 돼야 일단 그 버섯이 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심는 소나무가 유리 온실에서 용기에 담아 기른 특수한 묘목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5개월 밖에 안된 어린 나무 밑에서 '송이밭'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꿈 같은 얘기이며, 극단적으로는 '웃긴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탄 자리에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미래의 송이밭을 기대하는 그 꿈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은 '자원 과학화의 절실함'이다. 사실 송이버섯만 하더라도 인공재배나 증산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나면 따고, 안 나면 말고'였지, 언제 송이밭에 대한 환경개선이나 관리에 과학적인 연구와 노력을 제대로 기울여 봤느냐는 것이다. 전국 어디든 송이산지 치고 가을송이축제가 안 열리는 곳이 없고, 인터넷 사이트에 뜨는 송이 전문 판매점만 해도 수 백 군데나 된다. 최근엔 호텔이나 '푸드스쿨' 등에서 벌이는 '송이 요리전'이나, 송이 관광 패키지 상품 판매도 보편화 됐다. 생산은 자연의 힘에 맡겨 놓고, 수요는 시장기능에 맡겨 놓은 꼴이다. 결국 당장 소득은 극대화되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자연 착취이며 자원고갈로 가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산림공무원들이 내놓은 '불탄 자리 송이 나무 한 그루'의 아이디어는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원 위기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이다. 한편으로는 새삼 우리의 산림자원에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이미 송이과 버섯에 자연산 송이의 원균을 접종해 키운 인공송이를 지난 추석에 출하한 농업벤처가 등장했고, 소나무 묘목을 '송이균'에 묻혀 이식하는 연구도 완성됐다. 또 지난 가뭄 때는 일부 송이 산지에서 스프링 클러로 송이밭에 수분을 공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동부산림청이 무턱대고 불탄 자리에 소나무를 심어 놓고 수 십 년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바다에서 '기르는 어업'이 일어나는 것처럼 산에서도 산림부산물은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 '기르는 것'이란 산촌 의식 혁명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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