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도 영서본부 취재국장

 사행성 오락게임으로 전국이 벌집 쑤셔놓은 듯 들끓고 있다. 사행성 오락게임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것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전국을 도박장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도내에서도 사행성 게임장 업주가 구속되고 일부 업주는 여론의 뭇매를 피해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사행성 오락게임에 대한 태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원주지역에 지역주민에게 레저 이용 기회를 증대시킨다는 명분으로 정부투자기관인 한국 마사회가 마권장외 발매소 즉 화상경마장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원주지역에서는 종교계 시민단체로 구성된 화상경마장 설치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엊그제 화상경마장에 대해 여론을 왜곡하고 설치 승인을 해준 농림부 장관과 담당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마사회의 주장처럼 건전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데 원주지역 사회에서 반대를 하고 고발했을 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한때 재야대통령으로 불리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은 이창복 전 국회의원이 ‘마사회직원이 이 전의원을 방문 면담, 화상경마장 개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는 마사회의 주장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사회의 주장처럼 화상경마장이 지역에 이익이 되고 국민의 건전한 레저시설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서 “내가 했소”라고 밝히고 홍보에 나서야 할 정치인이 “화상경마장과 관련 마사회장과 전화통화만 했다”고 관련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또 일부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화상경마장 설치와 관련됐다는 말에는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화상경마장이 건전하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마사회도 건전한 레저라면서도 직접 나서지 않고 제 3자를 통해 건물을 임대하고 사용목적도 ‘집회 및 관람시설’ 가운데 회의장으로 허가받은 것은 자신들의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닐까.
 대다수 시민들은 마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경마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마장으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고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는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그 만큼 경마가 사행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전국은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엄청나고 원성이 들끓고 있다. 그 와중에 원주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화상경마장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 아닐까 상당히 우려스럽다.
 화상경마장 문제를 보면서 그 옛날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스님으로부터 들은 (水流而去)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나그네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물으니 스님 왈 “물을 따라 가십시오(水流而去)”했다고 한다. 참 멋진 대답이 아닐 수 없는 선문답이다. 산중에서 아래를 향해 쉼 없이 흘러가는 것은 크건 작건 시작된 물길이다. 그렇다. 모든 일은 물 흐르는 데로 가면된다. 그것이 바로 순리다. “물을 따라 가십시오”를 바꾸어 말하면 법대로다. 물수 '水'자의 삼수변에 갈거 '去'자를 붙이면 '法'자가 된다. 대다수 국민이 안된다고 아우성치면 그것이 민심이고 법이다.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민심을 거스르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화상경마장 설치가 그렇게 떳떳한 행위라면 마사회가 전면에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민들을 직접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민심은 법이다. 물을 따라 가십시오. 김의도 yid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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