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 국내서 활개 현상
장기적 경쟁력은 강화 효과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 많은 외국자본이 국내에 진출하여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하거나 금융기관 지분율을 높여 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국내금융시장에서의 윔블던 효과를 언급하며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윔블던 효과란 쉽게 말해 국내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반면 자국기업들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윔블던 효과의 어원은 테니스에서 왔다.
 1877년 상류사회의 클럽경기로 시작된 이 대회는 1968년 외국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여 메이저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이 말이 경제와 연관을 맺게 된 것은 1986년 영국정부가 금융빅뱅(Financial Big Bang)을 시행하면서 부터다. 당시 영국정부는 런던금융시장이 국제금융거래의 중심에서 벗어날 위기에 처하자 은행구조조정과 함께 대규모 규제완화조치를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생력이 부족한 영국은행들은 외국금융기관에 합병되는 처지에 놓였다.
 SG워버그, 베어링 등 대형 은행들이 외국계 금융회사에 인수되었고 동시에 외국의 대형 금융사들이 영국에 본격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처럼 다국적 금융사에 거래장소만 제공한다는 자조적인 뜻으로 윔블던 효과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윔블던효과가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승트로피는 외국선수에게 돌아가지만 매년 50만 명 이상이 참관하고 전 세계에 윔블던대회를 통해 영국이 얻는 유형무형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금융빅뱅을 통해 영국은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지위를 굳혔고 국부의 3분의 1이 금융에서 창출되는 금융강국으로 부상했다.
 개방화·국제화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실증적 사례이다. 우리 금융시장도 금융개방이 주는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위협요인은 억제하는 슬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영주 한은 강원본부 기획조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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