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학입시를 가름하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가채점 결과가 나오자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 지도교사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능시험문제가 예년에 비해 갑자기 어려워진 탓에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은 예상했지만 막상 학교별 지역별로 집계된 가채점 결과가 나오면서 전국의 수험생과 고3 교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깊이 따져보면 이번 수능점수의 전반적 하락은 난이도 조정의 실패로 수험생들에게 당혹감을 주고 지도교사들의 학습지도 방향 수준에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다.

수능 문제가 예상을 뛰어넘을만큼 어려워서 학생들이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시험도중에 포기한 수험생들도 상당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험문제가 어려워 전체 평균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손해를 보고 엉뚱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아 원하는 대학에 가게되는 것은 아니다. 예년에 비해 예상점수를 낮게 받았을 뿐 점수대로 나타나는 학력분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변별력이 높아져 예년과 같은 눈치보기나 운에 맡기는 식의 대입 지원보다는 소신지원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올 수능시험이 난이도 조정에 실패해 이른바 '널 뛰기식' 수능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해찬 1세대' 학생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차기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수십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시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특히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능시험의 비중을 줄여가면서 학생부와 특기 적성을 위주로 하는 대입제도로 전환하겠다던 교육부의 입시정책도 이번 수능 파동으로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고교교육 정상화도 다시 입시위주로 돌아서고 무엇보다 과외 열풍이 되살아나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지 않을까걱정된다.

수능시험이 대학입시의 근간을 이루는 현실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능시험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험문제 난이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문제은행 제도를 시행하든가 대학교수 위주의 출제위원 구성을 개선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난이도를 조정하고 변별력을 강화하는 이상적 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표준점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전문가들이 거론하고 있다. 교육부는 '장관의 사과'로 이번 수능파동을 넘기려하지 말고 합리적 과학적 수능시험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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