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성 소비' 단면

 올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사람들의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된장녀’는 그 의미와 범위가 확장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된장녀란 그 개념과 한계가 모호하지만 일반적으로 점심값보다 훨씬 비싼 외국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를 후식으로 마시는 일부 젊은 여성들, 극단적 페미니즘을 주장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가짜 상품일망정 유명 브랜드에 집착하는 행동을 하는 여성들을 냉소적으로 비하하여 부르는 말로 최근 사이버상에서 등장한 신조어이다.
 경제학적으로 사람들은 예산제약 아래에서 효용수준을 가장 크게 해 주는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전제하고는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종종 합리성만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논란이 된 된장녀의 이미지는 여성 비하 문제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과시적인 사치성 소비문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비행태는 편승효과(bandwagon effect), 속물효과(snob effect),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들 개념들은 경제의 기본원칙인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편승효과는 유행을 좇아서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의사결정으로 과도하게 비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며 흔히 ‘친구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속물효과는 이와 반대로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현상을 의미하며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하는데 최근의 가짜 명품시계 사건을 한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속물효과와 허영심이 결합된 극단적인 형태인 베블렌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 즉 값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렇게 베블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 수요의 법칙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요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나친 과소비 내지 과시소비의 불합리한 소비행태는 마케팅이나 광고에 이용되어 소비심리를 자극하는데 우리는 이런 것에 현혹되지 말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획조사팀 과장 정주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