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12월5일은 우리나라가 수출 3000억불을 돌파한 날이다. 세계에서 11번째 위업이라고 한다.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4개국의 전체 수출액보다도 많다고 하니 경이롭다.
 강원도 수출도 올해 10억불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상 처음이다.
 혹자는 나라 전체 수출액이 3000억불을 넘어서는 판에 고작 10억불이 무슨 대수냐며 코웃음을 치기도 한다. 사실 나라전체 수출액에 비하면 10억불은 0.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하루' 수출액을 강원도가 맡고 있는 셈이니 어찌보면 쑥스럽고, 머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강원도 수출의 속을 들여다보면 '고작', '겨우'라는 평가절하성 표현은 저만치 달아난다.
 강원도 수출 10억불은 순전히 고만고만한 중소기업들의 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강원도에 단 한개라도 있었다면 실적상 300억, 500억불을 넘어서는 것은 여반장이겠지만, 강원도에는 오직 열악한 여건의 중소기업들밖에 없으니 그 땀이 더욱 값지다.
 최근의 수출 성장률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0년 130만불로 '수출'이라는 기록에 명함을 내민 강원도는 2001년 3억불 달성후 불과 5년만에 7억불을 더해 10억불 '고지'에 오르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최근 5년간 수출 성장률이 매년 20∼30% 달해 성장률로는 단연 전국 수위급이다.
 수출 상품에도 눈을 씻고 봐야 할 만큼 큰 변화상이 생겨 머리핀, 액세서리, 수산가공품 등이 주류를 이루던 것이 요즘은 의료기기, 자동차·통신부품 등 이른바 첨단 고급기술 제품이 해외시장 개척을 이끌고 있다. 김상표 도 산업경제국장은 최근 본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십수년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가지고 나가던 상품과 지금 상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도 수출 10억불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가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주력 수출상품이 의료기기 등 일부에 편중돼 있고, 대상국 또한 미국, 일본, 중국 등 몇몇 나라에 국한된다. 시·군별로도 만약 원주를 제외한다면 강원도 수출이 10억불을 넘보는 것이 요원할 정도로 지역 편차도 심하다.
 게다가 동해항 등 5개의 무역항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컨테이너 전용 부두 시설조차 없는 것이 강원도 수출 물류 수용시설의 현주소다. 한 기업인은 "러시아 극동지역 수출품도 부산항을 통해 컨테이너 선적을 해야한다"며 물류비 부담이 많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출 3000억불이라는 기념비적 양지에서 함께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당장 올 겨울 따뜻한 밥 한술을, 추위를 이길 군불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을 정도로 부의 양극화 또한 심각하다.
 지난 60∼70년대 우리 경제교육의 화두는 '수출'과 '근검 절약'이었다. "2차대전후 패전국 독일인들이 경제 재건을 위해 담배를 피울 때도 세사람이 모여야 성냥 한개비를 소비했다"는 말이 마치 무슨 교본처럼 회자되던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달려왔다. 당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소비나 수입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 훨씬 뒤였지만, 자원빈국의 경제는 오로지 수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큰 저수지에 물을 가두듯 부(富)를 일궈온 경제가 하류로 물을 흘려 보내는데는 인색해 수출 '가뭄'에 시달리는 '음지'의 사람은 지금 얼마나 되는지, 강원도가 관광 외에도 수출을 대안으로 삼아 한번 더 용을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오늘은 그것을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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