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 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지난 7월 민선 4기 도정이 출범한지 벌써 반년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끝난 당시 선거는 도지사는 물론 18개 시군의 단체장이 모두 한나라당 일색으로 채워졌다. '참여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중간평가 성격을 보였던 당시 선거결과는 전국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싱겁게 끝난 선거결과와는 달리 선거과정에서 여야 양측은 피 튀기는 선거전을 펼쳤다. 여당은 참패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2007년 대선승리의 발판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여당의 도지사 후보캠프가 터를 잡고 있던 원주에서 선거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선거과정에서 설익은 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당시 야당의 도지사 후보인 현직 도지사는 선거를 앞두고 5월 2일 도청에서 강릉시장 권한대행과 이름도 낯선 모 그룹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고 기본 합의서까지 체결했다. 당시 도와 강릉시 등은 강릉 심곡 일원에 1조원 가량을 투자해 260만평 규모의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에 착공해 오는 2012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로드맵까지 내놨다. 당연히 동북아 최고 수준의 해양관광 레저형 기업도시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뒤따랐다. 모 회계법인은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총생산 유발효과는 1조9127억원이며, 고용창출 효과는 2만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기본합의서 체결후 7개월이 지난 현재 더이상 강릉의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4월 12일 같은 야당의 도지사 후보는 원주를 방문했다. 같은당 소속의 원주시장 후보와 도가 출자한 도개발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주에 조성될 제 3, 4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 협약식을 원주시청에서 가졌다. 도지사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제 3, 4지방산업단지를 원주의 새로운 희망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당시 도지사와 원주시장 후보로 뛰던 양 후보는 현직이라는 점에서 계획에 신뢰가 더 갔다. 당시 이들 후보는 소초 3지구와 부론 4지구에 모두 396만㎡ 규모의 공단을 조성하겠다며, 연내 기본계획 마련과 지구지정을 자신했다. 선거는 이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소초지방산업단지의 화려한 꿈은 선거종료 4개월도 못돼 깨졌다. 원주지방환경청이 공단 예정지가 공단조성이 불가능한 상수원보호구역이라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원주방문 하루뒤인 4월 13일 같은 도지사 후보는 춘천에서도 공약발표를 잊지 않았다. 혁신도시 파장으로 춘천시민들의 도와 현직 도지사에 대한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이 없을 수 없었다. 후보는 이날 춘천시 삼천동 일대 9만9000㎡에 5500억원을 들여 복합다기능 국제 컨벤션 타운을 조성한다며 조감도까지 발표했다. 당시 모 그룹이 찬조 출연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계획도 거창했다. 모 외국계 투자회사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은행과 증권사가 투자자로 참여해 확실한 청사진이라는 인식이 컸다. 계획도 구체적이었다. 오는 2009년 10월에 초특급 호텔과 국제회의 등이 가능한 39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 복합빌딩 등을 완공한다는 구상이었다. 선거후 7개월이 지난 12월 현재 이 사업은 진척이 없고, 당시 양해각서의 당사자는 실체가 없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춘천, 원주, 강릉에서 선거를 앞두고 터졌던 공약이 해가 바뀌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결국,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었을까. 한해를 보내며 5·31 지방선거에 대한 기자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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