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춘천 삼성생약

 '강원경제 기(氣) 살리기' 연중 프로젝트에는 29일자부터 경제 자문단 교수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도내 제조업체나 건설현장, 재래시장 등 모범이 되는 곳을 찾아 취재, 보도하는 작업에 도내 대학의 경제 전문 교수들이 참여, 강원 경제 현장의 현주소를 진단 평가하고 자문과 조언을 통해 업체들의 경쟁력을 더욱 제고시키게 될 것 입니다. 경제자문단에는 전영승 상지대 경상대학장과 이종석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 수고해주실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과립차 등 각종 식품·기능성 비누 10여종 개발
일본·홍콩 교두보 확보… 내달 미국 시장 개척


 "저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농사꾼 입니다."
 춘천시 교외 동면 지내리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생약(주·www.chunma.ne.kr) 한상노(52·사진) 대표는 자신은 사실 회사 사장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한평생 버섯과 함께 살아온 농사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말대로 그는 요즘도 천마(天麻)와 상황버섯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천마 등 춘천·화천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용작물을 건강 식품의 '명품'으로 만드는 현장형 벤처 CEO다.
 지난 2003년 춘천에서 설립된 삼성생약(주)은 현재 천마, 상황재배 등에 종사하는 일용 근로자와 작목반원 등을 합해 모두 70여명의 대식구를 거느리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25년전 한 대표가 춘천에서 외롭게 천마 재배에 몰두하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과 3300㎡로 시작한 천마 재배농장은 이제 8명의 작목반원이 천마 33만㎡, 상황버섯 3만평 9만9000㎡ 등 모두 42만9000㎡를 특용작물 단지로 가꾸는 대농장으로 커졌다.
 강원도 산하에서 재배 농민들의 땀과 노하우를 거름으로 성장한 천마를 농사가 아닌 산업으로 가꾸고, 건강식품 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한 대표와 작목반원들은 그동안 가시밭길 험로를 헤쳐야 했다.
 평생 흙과 호흡하며 농사만 지어온 농민들이다 보니 땀과 정성을 쏟아부어 훌륭한 천마와 상황을 재배하고도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못해 허탈해 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작목반이 지난 2000년 천마 초밀식 재배에 성공하고 상황버섯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한 데 이어 2003년 법인화 체제를 발족시키면서 건강 식품의 산업화에 본격적인 힘이 실렸다.
 현재 설립 3년째를 맞고있는 삼성생약은 산하에 부설 '강원천마상황농장연구소'를 갖추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유기농산물 인증을 받고, 푸른강원마크를 획득한데 이어 미국 FDA로부터 안전성 검증을 받는 등 신뢰도 토대도 새롭게 구축됐다. 강원대·한림대와 연구개발 및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 연구 및 신제품 기술개발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일반 제품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삼성생약의 경영 목표를 구현하는데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것" 이라고 한 대표는 지금까지의 노력에 의미를 부여했다.
 명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땀은 강원생약을 주목받는 기업과 농장으로 만들어 연중 농업관련 공무원들과 새마을지도자, 농민후계자 등의 견학 발길도 끊이지 않고있다.
 삼성생약이 현재 만드는 제품은 상황버섯과 천마 원물을 비롯해 천마진액원, 골드 플러스 진액원, 엑티브 환, 과립차, 천마 고형분 추출 분말 등 식품에서부터 기능성 비누까지 10여종에 달한다.
 생산된 제품은 생천마 등을 택배로 공급하거나 임가공을 통해 20여개소 전국 특약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한 대표는 "앞으로 전국 시·군·구에 특약 판매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수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눈을 돌려 일본, 홍콩 등지에 시장 교두보를 확보한데 이어 오는 2월중에는 미국 쪽에도 매장을 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한 대표가 국제 식품전람회 등 무역행사에 찾아다니며 춘천산(産)천마 제품 홍보에 발품을 파는 것도 수출 시장을 뚫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생약의 천마·상황버섯 제품 판매는 '구전(口傳)' 위주다. 제품을 써 본 사람으로부터 우선 신뢰를 얻고 그 효능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홍보돼 오늘의 삼성생약 기틀을 다졌다는 것이다.
 회사 사무실에는 제품을 써 본 소비자들이 보내온 체험 감사 편지가 파일로 묶여있을 정도다. "소비자 신뢰를 얻으면 어떤 농산물도 살아난다"는 한 대표의 경영 철학이 잘 묻어나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앞으로는 판매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협조와 지원을 통해 마케팅 분야를 더욱 보완하면 시장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약은 식품을 넘어 향후 기능성 식품과 일반 의약품 단계로 제품을 발전시키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 대표는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천마와 버섯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강원도는 버섯의 메카"라며 "천마가 춘천시의 특산물로 지정되는 등의 후속 조치만 더해진다면 '비천마 불능치(非天麻 不能治)·천마가 아니면 치료하기 어렵다'는 선인들의 말을 국내외 시장에서 펼쳐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동열 dychoi@kado.net

[삼성생약(주) 경영을 살펴보니] 명품 생산·마케팅 균형 필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새의 깃털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바다에 추락하여 죽게 된다. 태양 가까이까지 너무 다가가서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흔히 무모한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는 데 인용되는 이 이야기에는, 극적인 성공이 최악의 결과를 잉태하고 있을 수 있다는 역설이 숨어있다.
 우리는 1990년대 말에, 벤처거품이라는 실체가 없는 가치에 나라 전체가 현혹되어 들썩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닷컴회사들에 대한 주식가격을 정점으로 치달았고, 세상에 나가 큰돈을 벌고 싶은 이들의 창업열기가 이어졌다. 며칠 밤 만에 만들어진 그럴듯한 사업계획서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여기에 정부도 주머니를 풀어 가세했다. 몇 사람의 성공담은 광기를 부추겼고, 모두가 한 재산 모을 망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거품이 제거되는 순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었다.
 대부분의 우리는 환상이 걷힌 이후의 사회불안정과 고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남긴 '벤처'에 대한 부정적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중소기업가의 역할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슘페터가 지적한 것처럼, 제품개발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그들의 창업가정신은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진정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생약(주)은 우리경제에 꼭 필요한 우수한 장인형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20여 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천마 초밀식 재배에 성공한 장인정신과, 회사설립 3년 만에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창업가정신이 살아있다. 이러한 정신은 우리의 어려운 농촌 현실에 실낱같은 희망의 증거이며, 그들의 성공사례는 극적이지는 않지만 진솔한 생존모형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에 버섯의 번식력 같은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사회 전체의 의무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창업 후 3년에서 5년 사이는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이행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기업들은 제2의 도약이라는 선순환 수명주기를 시작할 수도 있지만, 바로 쇠퇴기로 접어들어 주저앉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제품판로 확대를 위한 마케팅전략과 해외시장진출 방안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 시기에 직면하는 핵심적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많은 기업들을 시장에서 사라지게 하는 벼랑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제품품질에 주안점을 두어온 장인형 중소기업에게는 매우 험난하고도 낯선 산이다. 이때 우리사회는 그들에게 산에 관한 지도라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지도에서 지역 특산물 선정이 그 목적을 외면한 채 형식논리에 빠져있어서도 안되며, 해외시장개척이 좀 자세한 세계지도나 가지고 되는 것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지원에 있어서 정부 관리는 기업 마케팅부서원이 되어, 해외제품전에도 함께 참여하고 해외바이어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산학협력에 있어서 대학은 홍보효과나 제공하는 구태의연한 관계가 아니라,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성장기로의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도 또한, 다음과 같은 전략적 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로, 판매실적이 제자리에 머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성능향상에만 너무 몰두해선 안 된다. 마케팅노력을 배제한 명품에 대한 집착은 회사를 지나치게 태양 가까이 내모는 것이다. 둘째로, 지나친 원가절감을 통해 제품의 질을 하락시키거나, 실제 가치가 동반되지 않는 제품에 대한 홍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이는 장인형 중소기업으로서 핵심역량마저 상실하게 할 수 있다. 흔히 범하기 쉬운 이러한 양극단의 오류에 대하여, 이카루스에게 날개를 달아준 그의 아버지인 데이달루스는 다음과 같이 충고한바 있다. “바다와 태양의 중간을 날아야 한다. 너무 높이 날아오르지 마라.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아서 날개가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너무 낮게 날지도 마라. 너무 낮게 날면 파도에 날개가 젖어 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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