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교실 ] 협조 통한 이득 놓치는 사례

 우리는 주변에서 서로 협조를 통해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데도 그렇지 못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수가 적어 각 기업들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잘 나타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는 모형을 통해 설명한다.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전라도, 경상도라는 두 피의자가 있다고 하자. 검찰은 현재 이 두 사람이 1년형을 받게 될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한 물증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심각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두 피의자를 격리시킨 뒤 “당장 너를 형무소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네가 혐의를 자백하고 다른 방에 있는 네 친구를 범인이라고 증언하면 너는 석방되고, 네 친구는 혼자 10년형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 둘 다 모두 자백을 하면 둘 다 공범으로 5년을 살게 될 것이다.”라고 각각에게 제안을 하였다. 그러면 전라도와 경상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전라도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경상도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 친구가 끝까지 입을 다문다면 나는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석방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친구가 자백을 한다면 그래도 역시 나는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10년형보다는 5년형이 유리하다.)’ 그래서 전라도는 어떻게 하든지 자백을 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이는 경상도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결국 전라도와 경상도는 모두 자백을 하고 5년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결과이다. 만약 두 사람이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면 각각 1년씩의 가벼운 형벌만을 받을 수 있었으나 두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이 둘 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협조 실패로 인해 이동통신회사의 보조금 지급 경쟁사례와 같이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으나 앞의 경우처럼 전라도와 경상도가 협조에 실패하는 것이 검찰에게는 더욱 유리한 경우도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죄수들만의 고민이지 다른 사람에게는 축복일 수도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차장 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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