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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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됐다. 도하 신문과 방송은 우리경제가 지난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가장 큰 개방의 문을 열어 젖혔다며 언필칭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무역,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경제가 세계 최대 미국시장에서 관세 등의 규제 장벽을 걷어내고 말 그대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을 선점했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
 도내에서도 자동차부품과 시멘트, 의료기기 등 대미 수출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도내 수출산업이 한미FTA라는 '무역 호재'를 등에 업고 거대한 미국 시장에 나래를 펴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국내에 피해를 보는 산업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도 '먹거리 산업'인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는 각계의 분석을 가볍게 보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한번 자문해보자. 강원도는 농도(農道)인가, 상도(商道)인가. 강원도는 수혜를 보는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반면에 전체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에 자구 차원에서라도 수혜보다는 피해 쪽에 더 귀를 기울일 수밖에는 없는 처지다.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고 하지만, 우리 농업은 영세성을 면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근래들어 웰빙(Well-Being)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친환경 유기농업과 농촌체험관광 등이 농업·농촌의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농촌은 그늘이 많은 곳이다.
 고령화에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등이 "농촌은 어렵다"는 표현을 일반화시키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강원도 농촌은 더욱 어려워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 도내 농가소득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9개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2764만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고, 덜가진 농심(農心)이 상처를 입게 됐기에 보듬어 줄 대책이 더 절실한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농업소득보전직불제와 폐업보상금지원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타결에 반발해 국회비준 저지 등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선 농심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안하고 착잡하지만 질경이처럼 억세게 살아온 농민들은 앞으로 토종 '명품' 생산 의지를 다시 가다듬고 수입 격랑에 치열하게 맞설 것이다. 도내에서도 '하이록'과 '횡성 한우', '늘푸름 한우', '대관령 한우' 외에 오는 11일 공식 탄생을 앞두고 있는 영동권의 '한우령'까지 한우 브랜드 농가들이 수입 쇠고기와 차별화되는 안전·고급육 생산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태세를 벌써 가다듬고 있다.
 농업은 생명줄을 쥐고 있는 식량자원이기에 그같은 농민들의 호소와 노력이 더 절박하다. 80년 전 젊은 농민들을 앞에 놓고 야학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윤봉길 의사의 심정이 이와 같았을까. 윤 의사는 자신의 농민독본에서 "조선이 돌연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 버렸다하더라도, 이 변치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라고 일깨웠다.
 시대가 바뀌어도 윤 의사의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생명창고'인 농업은 결코 포기하도록 만들어서도 안 되고, 마땅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난 2일 한미FTA 타결 발표장을 장식했던 'KORUS FTA'가 던져주는 의미를 살펴보자. 'KOREA'와 'US' 자유무역협정의 영문 조합이지만, 소리나는대로 읽으면 합창이라는 뜻의 영문 코러스(Chorus)와 상통한다. 합창은 조화의 상징이니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조화, 상생의 새무역시대를 열게 됐다는 설득력에 있어서는 참으로 절묘한 철자 조합이다. 생명창고인 농업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면 정말 진정한 코러스가 실현될 텐데. 지금은 그것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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