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주문진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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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문위원(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강릉 주문진 수산시장이 성공한 재래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한 환경개선사업을 비롯해 고객중심의 서비스, 상인 의식개혁 운동, 불친절 바가지요금 근절, 판매자 실명제 등을 앞장서 추진하며 강릉지역 재래시장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개최된 2006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시설·경영현대화 사업 추진, 고객유치 및 매출 증대 활동 등 재래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김판섭(47) 상인회장이 산업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아 이를 입증했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지난 1986년 개설, 현재 57개 점포에 150여명의 상인들이 종사하고 있다.
 한 때 주문진 수산시장은 동해안 청정 수산물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으나 타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침체기를 겪었다.
 상인들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상인회를 중심으로 개선방안을 모색, 고객의 입장에서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불친절 행위를 개선해 나가는 한편 서울, 경기, 충청지역의 관광회사를 찾아다니며 홍보활동을 펼치는 활동을 병행했다. 이같은 활동은 90년대 후반부터 성과를 거둬 현재는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주문진으로 변모시켰다.

바가지 요금 근절·판매자 실명제 정착
전국 최초 관광형 수산 재래시장 육성


■ 정직한 상거래문화 정착

 주문진 수산시장의 영업전략은 고객만족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인들은 스스로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자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냉동 수산물이 아닌 동해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을 24시간 이내에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수 있도록 위생포장 방법을 개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원산지 가격표시하기, 전자저울 사용 의무화 등 정직한 상거래문화 정착을 위한 자체 노력과 함께 상인회원간 화합을 위해 타 점포 손님 부르지 않기, 보유하지 않은 상품 추천하기, 상품의 손질과 맛내는 기술 전수해주기, 칭찬 및 사과릴레이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행정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추진해 온 시설 현대화사업도 효과를 거둬 진입로 확포장, 시장 지붕 설치, 청정 해수유입을 위한 1.7㎞길이의 해수인입관로 설치사업 등이 마무리돼 시장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 불친절행위 엄격하게 자체 처벌

 불친절 판매행위를 했거나 바가지요금을 씌웠을 경우 자체적으로 징계를 주는 제도는 전국 재래시장 중 주문진 수산시장이 유일하게 시행, 상인들의 차별화 된 노력을 담고 있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손님과 시비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 3일, 상인들 간의 다툼이 있을 경우 영업정지 2일 등 엄격한 자체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또 재발할 경우에는 가중처벌로 최대 30일까지 징계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영업정지를 받은 업소는 물, 전기 등 공용시설물의 사용을 제한, 이름 뿐인 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엄격한 처벌이 이뤄지면서 수산시장은 한번 해보자는 의식전환과 함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 웃음이 넘쳐나고 손님도 몰리는 모범시장이 됐다.
 또 소비자들이 자신이 산 물건을 언제라도 직접 달아볼 수 있도록 무인계량기를 설치하고, 상자 등을 파는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등 고객의 신뢰 확보 방안도 화제가 되면서 전국 재래시장으로부터 문의와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

 ■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전략
 주문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12월 '복요리 축제'를 개최, 관광객들이 다양한 복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1일 1수산물 세일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할인 쿠폰을 발급, 횟집이나 좌판 등 가맹점에서 구매금액의 5%를 할인해 주도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수산물을 구입하고 가맹점포는 판매를 늘려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여행사와 연계해 수도권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러브투어' 행사를 실시,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연중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주문서 배송까지 책임
 주문진 수산시장은 지난해 17억2200만원을 들여 1차 환경개선사업을 완료한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시장 시설 및 경영 현대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에 시범시장 육성사업 지원 신청서를 제출, 지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 상가 공동으로 모든 주문을 받아 배송까지 책임지는 콜센터 운영, 빈점포를 이용한 특산품 판매장 개설, 대표상품 개발, 계절별 이벤트 마련, 시식코너 설치 등을 추진, 전국 최초의 관광형 재래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판섭 상인회장은 "그동안 시장 활성화를 위해 행정과 상인이 하나돼 꾸준히 사업을 추진, 현재에 이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인 스스로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을 운영, 재래시장도 노력에 따라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강릉/남진천

주문진 수산시장 활성화 노력 살펴보니

'주문진'브랜드 가치 높여라
 전반적인 국내 경기의 침체와 대형 할인점들의 경쟁적인 지방 진출로 지역 재래시장은 생계의 위협을 느낄 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재래시장은 자금지원, 시설 및 환경 개선사업, 주차장 확보, 경영현대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망·신속한 배송서비스 필요
진입로 정비·충분한 주차시설 확보 과제

 항구도시인 주문진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좋은 여건이 되지 못한다. 갈수록 더해 가는 어족자원의 고갈, 서해안 고속도로 및 경부고속철도 개통 등 전국 교통망 변화에 따른 동해안 관광객 수의 감소 등은 주문진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수산시장을 더욱 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주문진 수산시장이 스스로의 장·단점을 냉철히 진단하고, 특히 주문진 수산시장을 찾는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다면 이 위기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재래 수산시장 활성화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주문진 수산시장이 더욱 활성화 되어 전국의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재래시장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주문진 수산시장을 '4계절 관광형 재래 수산시장'으로 특화해야 한다.
 주문진은 산, 바다, 호수 등 천혜의 자원경관을 갖추고 있어 이와 주문진 수산시장을 잘 연계시키면 전국 최고의 4계절 관광형 재래 수산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여행사와 연계해 수도권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러브투어' 등의 행사는 '관광 주문진 수산시장'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주문진'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널리 알려야 한다.
 브랜드 자산이란 브랜드로 인해 얻게 되는 차별적 마케팅효과를 말하는데, 주문진에서 생산되는 모든 활어나 수산 가공품에 이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게 되고 인터넷 주문에도 유용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읍민이 관광 홍보 요원이 되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셋째, 수산시장 종사자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 고객들은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기분 좋게 주머니를 열기를 원한다. 눈에 거슬리는 호객행위나 바가지요금 등을 근절 할 수 있는 종사자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2월 열렸던 상인 의식개혁 대토론회 및 범읍민 관광요원화 실천 다짐대회는 매우 바람직한 행사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넷째, 바른 상거래 실천으로 소비자와 관광객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어야 한다.
 중국산, 북한산 등이 판치는 요즈음 실명제를 통한 소비자의 신뢰 획득은 주문진 수산시장의 생존과 활성화에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또 공정거래, 양심판매 등을 생활화해야 하는데, 시장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양심저울은 수산시장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어 흐뭇하다.
 다섯째, 하드웨어 부문의 개선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주문진 수산시장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시장 환경개선 사업으로 진행된 리모델링을 통해 밝고 깨끗하게 탈바꿈하였다. 앞으로 중소기업청 등의 지원을 받아 나머지 낡고 낙후된 시장과 매장의 환경개선작업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말이면 수산시장으로의 접근과 주차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진입로 정리와 충분한 주차시설 확보가 정책적으로 해결돼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여섯째, 경영의 현대화와 효율화를 가져와야 한다. 수산시장 종사자들은 아직도 경영의 낙후성과 영세성을 면치 못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동창고, 공동판매장, 고객지원센터 개설 등을 통해 판매 구조개선을 가져와야 한다. 또한 인터넷 판매망 구축과 24시간 내의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서비스도 판로의 다양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재래시장의 위기는 재래시장 자체의 문제보다는 급속한 대형할인점의 등장 등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래시장 활성화 자금 지원, 다양한 행정지원 서비스 제공 등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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