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벗어나 봄 들녘으로

photo_caption
원주시 단계동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민들의 가족 보양식하면 첫째가 돼지고기, 닭고기를 꼽았다. 사실 값으로 치자면 어디 장바구니 하나 가득 채소를 사봐야 쇠고기 한 근에 비할까. 휘청이는 장바구니 속에 할 수 없이 채소만 채워넣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어느덧 세태는 변하여 웰빙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채소 위주의 식단이 바람직함이 화두가 되었다. 건강, 건강하여 가격도 가격이지만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다며 각종 채소 사랑에 돌입했다. 남들 따라 마트의 냉장 진열대에 있는 포장된 봄나물들을 잡았다, 놓았다 해보지만 왠지 탐탁지 않다.
 그러나 여인들이여, 가슴 탁 트이는 들로 나가보자. 쑥이며 냉이 돌나물, 달래가 나를 부른다. 움츠리고 찌뿌드하니 삶의 지루함이 배어 있던 겨울을 뒤로하고 햇빛 찬란한 봄, 우두둑 가슴 펴 기지개 킬라치면 뭔가 상큼하고 깔끔한 밥상이 그리운 봄날이다. 무얼 먹지? 무슨 반찬이 좋을까? 늘상 고뇌(?)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는 없는 봄날 밥상이다. 그러나 올봄 우리네 밥상은 좀 달리 하자. 자연이 보여주는 꿈의 축제, 봄 향기 가득한 들의 향연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논둑길 따라 구비 돌아 마을 어귀 경사진 보리밭 주변에는 냉이며 민들레며, 쑥이 지천이다. 어디 그뿐이랴 물기 축축한 논고랑이나 그늘진 귀퉁이 산자락 밑에는 어김없이 돗나물, 달래가 나를 반긴다.
 
 냉이는 입맛을 돋우고 춘곤증을 예방 하는데 단연 최고이다. 봄나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냉이는 그윽한 그 향기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된장 풀고 끓인 냉이된장국은 물론 양념 고추장에 무쳐도 그만이다. 냉이에 함유된 무기질은 끓여도 파괴되지 않으며 고혈압, 장과 간 등의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한다.
 쑥은 신경통, 감기예방, 해열, 해독, 지혈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된장 풀고 낮은 불에 국물 내어 콩가루 무친 쑥을 살포시 넣어 끓이는 쑥국은 봄철에 3 번만 먹으면 그 한 해 잔병치레 않는다는 말이 있다. 쑥을 삶아 넣은 쑥버무리, 쑥절편, 쑥송편 또한 별미이다.
 달래는 어떤가. 달래는 빈혈, 동맥경화에 좋단다. 강장식품으로 불면증, 장염, 위염, 부인과질환에 효험이 있단다. 된장국이나 찌개에 넣은 달래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내며 식초 넣고 버무린 달래는 나른하고 입맛 잃은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그야말로 웰빙 식단의 일원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꼼지락 거렸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가족, 이웃들과 함께 들로 나가자. 불현듯 '봄 처녀'를 읊조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신선한 바람결과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해질녘 바구니 하나 가득 봄 향기 싣고 돌아오는 길… 그 속에 진정 나의 신선한 가족 웰빙이 담겨 있음을 느껴보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