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원 정선주재 취재부장

 5월 화창한 봄을 뒤로 하고, 정선군청 앞으로 주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도 59호선이 지나는 정선읍 덕우리 쇄재구간 일대에 어느 업체에서 전국 병원에서 수거되는 감염성 병원폐기물 처리시설 사업 허가신청을 내자, 지역 번영회와 이장협의회 등의 단체를 필두로, '전국 감염성 병원폐기물 소각장 설치 결사반대 서명운동' 에 나섰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줄기에 전국 병원에서 발생하는 감염성 폐기물을 수집·소각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지역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가하는 뉴스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민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의회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원주지방환경청과 지자체에 반드시 불허조치를 촉구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2002년 처리장 건립을 추진, 주민 반발 등으로 원주지방환경관리청으로부터 사업 불허처분을 받자, 곧 바로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 2005년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우여곡절끝에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물론, 사업 자체가 법적이나 규정상, 행정절차상으로 하자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단순히 '법' 이란 잣대를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삶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데 있다. 주민들이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폐기물 처리시설 장소는 백두대간의 줄기로서, 주민들의 생명줄인 상수원이 있는 곳이다. 아무리 최첨단 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수질오염 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게다가 정선은 미래의 도시 이미지를 '자연' 을 활용한 환경자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역 청정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브랜드 및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병원폐기물 시설이 완벽한 환경을 보장한다 해도, 대내외적으로 지역 이미지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을 것은 뻔하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감염성 병원폐기물이 소각되고 있는 지역의 농산물을 누가 구입해 먹고, 누가 지역을 여행하려고 하겠는가. 아무리, 긍정적·논리적으로 접근을 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바로 주민들의 현재 입장이다.
 천혜의 자연과 환경을 보전하는 것은 우리가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도 한편으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늘어나기만 하는 오염원을 어떻게 감소시키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타당하다. 이미 들어선 오염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는 형편에서, 주민들의 반대는 당연한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라는 명분아래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각종 시설을 허가하고 개발사업을 벌여왔으나, 그 자체가 지역 주민의 행복과 이익을 보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 수 십 년간의 지역개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감염성 병원 폐기물 처리시설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필요충분요소가 아님에도 불구, 미래의 가치인 지역 자원과 이미지를 훼손시켜가면서까지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명분이 오히려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전국 감염성 병원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완전 백지화 하겠다' 며 결사항전의 배수진을 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 원주지방환경청 등에서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 의 의미를 주민 입장에서 다시한번 되새겨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교원 kwchin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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