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생산물 교환 매개물 상품→금속→지폐 발전

 불, 수레바퀴와 더불어 인류의 3대 발명품 중 하나인 돈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급자족 생활을 하던 원시시대를 지나 잉여 생산물에 대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면서 교환의 매개물에 대한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이 처음에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한 돈은 소금, 쌀, 가축 등과 같은 희소하면서도 내재가치가 높은 상품들이었다. 이를 '상품화폐(commodity money)'라 부르는데 물물교환에 비하면 발달된 형태지만, 장기간 보관할 수 없고, 휴대 및 운반 등에 있어 많은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상품화폐를 대신하여 금, 은 등과 같은 금속화폐(metallic currency)가 등장했다. 금속화폐는 상품화폐에 비해 운반 및 휴대하기 편리하고 변질되지도 않기 때문에 돈으로 사용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금속화폐는 단순한 금속 조각에서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금화, 엽전 등과 같은 일정한 형태의 주조화폐 등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금화나 은화 역시 무겁고 주조비용이 커 운반과 보관에 불편함이 있었다.
 금속화폐의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은 18세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종이돈, 즉 지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폐는 금속화폐에 비해 제조비용이 적고 휴대 및 보관이 편리하여 금속화폐 대신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초창기에는 은행에 금, 은 등을 맡기고 영수증을 받아 거래에 사용했는데, 이를 가진 사람이 은행에 요구를 하면 금이나 은으로 바꿀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금이나 은으로 바꾸어주지 않는 대신 지폐에 표시된 액수의 가치를 중앙은행이 보장해 주고 있는데, 국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법화(法貨·legal tender)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IC카드, 컴퓨터 등 전자적인 매체에 화폐적 가치를 저장한 전자화폐(electronic money) 등이 교환의 매개물로 이용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돈'의 생김새는 사용의 편리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돈의 모습이 어떤 형태로 진화해 갈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편리한 형태의 새로운 돈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김 관 희 한은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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