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섭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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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지역을 다니다보면 철따라 피는 각종 꽃들을 볼 기회가 많다. 길가에서는 해바라기나 코스모스가 환하게 피어 있고, 마을 안 꽃밭에는 국화가 청초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꽃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 생활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몇 송이의 꽃은 우리에게 무상의 기쁨을 선사해준다.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주민들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며 삶의 품격을 고양시켜준다. 아무리 멋진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고 모든 길들이 잘 포장되었다 해도, 만약 거기에 꽃과 나무가 없다면 마치 사막과 같이 삭막한 느낌을 줄 것이다. 꽃은 그와 함께 사는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강원도의 문화적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이고,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쇄신하여 일상 생활의 품격을 고양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주민 모두가 일상 생활공간 속에 꾸준히 꽃을 가꾸어가는 것이다. 생활주변에 꽃과 나무가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아직도 좀 더 보완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부분도 적지 않다.
 첫째 주민들이 자주 모이는 공공장소, 공적인 공간에 조성한 정원, 화단에 대한 좀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공적 공간의 환경조성에 대한 공공기관의 배려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안타까운 것은, 모처럼 조성한 녹지공간을 가꾸지 않고 방치하거나, 주차공간을 위해 화단 같은 공간을 없애는 경우이다. 최근 서울 시청 옆을 지나다가 청사의 창 바깥쪽을 직사각형 화분들로 장식한 것을 보았다. 건물 벽에 전에 없던 꽃들이 피어날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딱딱한 이미지를 이처럼 꽃으로 바꾸어 나갔으면 한다. 건물주변에 심은 나무들 사이로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심고, 주차 공간 주변을 화분들로 장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소공원, 녹지 공간이 마련된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읍면 단위 이하의 여러 마을 단위의 꽃 가꾸기 사업이 절실하다. 아름답게 가꾼 마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마을도 많다. 그 이유는 주민들이 농사일로 바빠 그런 일에까지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문제의 해결 방안이 없는 게 아니다. 행정기관과 지역주민이 서로 협력하여 마을을 가꾸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을마다 꽃씨를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것이고, 행정기관에서 마을 발전을 위한 상금을 걸고 읍면단위로 ‘마을 가꾸기 경연 대회’를 개최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 일이 누구보다도 주민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과, 주민 스스로 마을 환경조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꽃밭을 조성하고 가꾸는 마음을 내는 마을들, 그런 주민들이 나날이 늘어났으면 한다.
 셋째 도시든 시골이든 집집마다 꽃밭을 가꾸는 아름다운 마음을 길러, 더 많은 꽃을 가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담장안 뿐만 아니라 집 주변, 담장바깥 대문 쪽에도 꽃을 가꾸는 좀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여름 서유럽의 몇 나라를 여행하면서 집집마다 꽃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특히 스위스의 농촌 집들은 모두 베란다와 집주변을 온통 꽃으로 장식하고 있어 그 풍경이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 그 꽃을 가꾸는 주민들의 마음씨, 그것이 부럽게 느껴졌다.실개천이 모여 강을 이루듯 꽃송이들이 모이면 꽃밭을 이룬다. 강원도 마을마다 철따라 피는 꽃들로 가득한 세계를 상상해본다. 이것은 일종의 사치일까. 그렇지 않다. 생활 주변에 꽃을 심고 가꾸는 마음, 그것은 우리의 삶과 고장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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