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며

오색약수 뒷길

등산로 초입에서

저마다 무리지어

어둠을 밝혀줄 전등하나

이마에 턱 하니 달고

도깨비 불들이

줄지어 간다.



저마다

가슴가슴 소원 하나

담고 지고

가파른 돌산을 할딱이며

오른다.



볼때기를 후려치는

늦 가을 추위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분비물이

뉘 앞에서 창피하리.



험준한 돌 계단

하나 하나마다

소원을 빌며

위도, 뒤도, 옆도 보지 않고

정상에 올라서니

비목 사이를 가르는

칼 바람이

윙윙대며 서슬퍼런

칼날을 번뜩인다.



아!

내 평생 한번이라도

와 보고 싶었던

설악산 대청봉!

눈 아래 펼쳐진 비경!

아름다운 절경!

풍경에 취하고

추위에 취해 비틀거리는

발길을 돌린다.



설악산 대청봉이여!

봉정암이여!

오늘!

내 가슴에 멋진 추억!

한 페이지 만들어

돌아가련다

설악산이여.

수억년이 흘러도

그 자리 영원히

지켜다오.

박미순·강릉시 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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