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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과 실력

장정룡 . 2007년 10월 26일 금요일
장 정 룡  강릉대 교수(도 민속학회장)
장 정 룡 강릉대 교수(도 민속학회장)

   
▲ 장 정 룡 강릉대 교수(도 민속학회장)
참으로 가짜가 많은 세상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까지 가짜가 판을 치니 할 말이 없다. 더위 먹은 소가 달을 보고도 헐떡인다고 중국산 가짜에 질려버린 요즘, 가짜 박사가 캠퍼스를 활개치고 뻔뻔한 얼굴로 유명인사가 되어 이곳저곳에 얼굴을 내민다.

물론 가짜 학력 소유자의 실력이 반드시 가짜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가짜를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하여 탁월한 실력을 갖추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짜가 통하는 구조는 과잉학력 간판 인플레가 빚어낸 촌극이다.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는 바람직한 선진사회가 아니라, 종이 한 장에 불과한 대학졸업장, 엉터리 외국박사학위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문제사회라는 반증이다.

낮은 학력이 낮은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듯이, 박사라 하여 반드시 훌륭한 인격자가 아닐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의 경우 반드시 높은 학력의 소유자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학력과 실력은 정비례하지 않고, 높은 학력이 높은 도덕성이나 수준 높은 실력을 말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지방대학 교수라 하여 그 실력이 수도권 교수보다 낮다고 예단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

지방대학의 존재이유가 있듯이 학력보다 실력자가 더 존경받고 귀감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철새 정치인, 해바라기 선생들은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징검다리로 지방에 잠시 머물렀다가 간판을 따거나 서울소재 대학이라는 이유로 떠나는 부류도 많고 학부모들도 서울대학이 아니라 서울권 대학이란 간판에 휩쓸린다. 따라서 실력은 덜 갖추었다 해도 텃새처럼 묵묵히 지역을 지키고 학생과 함께 희로애락을 겪어내는 지킴이들이 소중하다.

대기업이나 국가공기업 이력서에 출신지 적는 난이 없어진 지 오래듯이 출신대학 적는 공간도 없어져야 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명문대학 나왔다는 증표가 출세의 첩경이 되고 패거리와 줄서기 집단화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명문대학 졸업장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실력보다 품성과 인격을 그리고 어울려 사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글로벌마인드의 전천후 실력자가 필요한 시대다. 일부에서 지방대학 졸업자 서류는 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직행한다고 들었다. 청년실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취업이 가문의 영광인 이태백 시대에 감자팔고 노가리 팔아 힘들게 공부해도 서류조차 접수가 안 된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이다.

그러므로 지방공무원 선발에 그 지역대학 출신자를 어떤 방식이든지 우대해야 한다. 무조건 지방대출신이 낮은 실력자라는 편견도 버려야할 유산이다. 이제는 중앙과 지방, 학력과 실력의 대통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치인의 이합집산식 살길찾기 통합이 아니라 진정한 지역통합, 능력통합, 의식통합이다. 높은 학력이나 좋은 학교출신자가 반드시 훌륭한 인격을 지닌 21세기형 전인적 인간형이 아니다. 졸업장 하나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음도 전근대적 사회다. 실력자만 살아남는 엄격한 생존경쟁 사회에서 지역이나 출신대학, 졸업장, 학위증, 연줄, 학연, 지연이 여전히 통한다면 후진국과 다르지 않다. 가짜 졸업장, 가짜 학위로 교수가 되고 학생과 국민들을 속이면서 고통스런 명성을 유지하다가, 모자 눌러쓰고 해외 도피하는 흉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게라도 출세하고픈 엄청난 유혹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가짜와 진짜가 섞이면서 짝퉁이 더 진짜 같은 요지경 세상이다. 짝퉁천국 대한민국, 이제는 가짜 대학교수를 수출해야 할지 모른다. 실력만이 통하는 세상, 학력보다 능력과 성품을 높게 평가하는 바람직한 나라. 아아, 대한민국이여 어서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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