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여성이 세배를 다니는 것이 금기시 되던 시대가 있었다.

또 여성의 목소리가 담을 넘어가면 안되던 시절도 있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나.

하지만 요즘은 암탉이 울면 알 낳고 집안이 흥한다는 얘기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

춘천여성민우회가 새천년이라고 들뜬 분위기속에서 ‘수다카페’를 열고 수다를 통해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온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성의 이야기 마당을 ‘수다 떤다’라는 한마디로 일축, 부정적인 평가를 해왔던 사회에 반기를 들었던 ‘수다카페’는 가족문제 육아문제 등 ‘아줌마 수다’의 좁은 의미를 벗어나 여성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의 장으로 그 모습을 굳혔다.

그동안 ‘주부가 직업인가’ ‘나의 장점 드러내기 부부관계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지금 나의 관심사는’ ‘우리는 타인의 희망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명절이야기’등 다양한 주제를 세상밖으로 꺼내온 수다카페는 2001년 1월 주제로 ‘희망’을 내걸었다.

여성민우회의 진보적인 성격에 비춰보면 다소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주제가 될 것같은 ‘희망’이라는 주제는 이날 수다카페가 열리는 짧은 시간동안 개개인의 사소한(?) 희망부터 민우회, 나아가 여성의 희망으로 성장해 나갔다.

이날 수다카페에는 직장 여성과 전업 주부, 최근까지 전업주부로 있다가 뒤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한 초보 직장인, 자원봉사 상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여성 8명이 참여했다.

남궁순금 상임대표는 “지금까지 희망이라는 단어는 구태의연함을 의미, 이번 발표를 위해 희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며 “집단주의 때문에 사회와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가 불안하고 어둡자 개인도 불안해지고 생활도 어두어지는 것 같아 올 한해 희망으로 시류와 유리된 자신 찾기를 꿈꾼다”고 발제했다.

전업주부로 10년 이상을 지내다가 요즘 10개월째 일을 하고 있다는 이모씨, 자원상담을 하고 있는 조모씨, 초보주부 임모씨, 40대에 접어든 전업주부 고모씨, 춘천여성민우회 간사 이병남씨, 직장여성 김모씨, 이모씨 등은 각자 직장내에서의 좋은 평가, 가족의 건강, 현실에서의 만족, 일과 가족에서의 중심 잡기, 독립 등 개인의 희망을 발표했다.

개인의 희망을 얘기하면서 이야기기는 민우회의 희망, 여성의 희망으로 확대됐다. 직장을 원하지만 어떤 직장에서도 여성, 특히 주부를 원하지 않는 사회 현실부터 일용직으로 채용,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여성의 지위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이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거대한 희망으로 확대됐다.

남궁대표는 “여성이 생활설계사나 텔레마케터로 일하지만 의료보험이나 고용보험 등 일반 직장인이 받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사회 현실”이라며 “이런 모든 사회문제가 공론화 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그렸다.

개인의 희망, 여성민우회의 희망 그리고 여성의 희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安宣姬 sunny@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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