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후 우리나라에서 공천 제도를 처음 실시한 것은 1954년 5월 20일 제3대 국회의원선거에 앞서 여당인 자유당과 야당인 민주국민당이었다. 각 지구당에서 당원들 또는 대의원대회에서 뽑는 방식이었다. 자유당의 경우 지구당의 공천을 당의 2인자인 이기붕의 지시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했다.

민국당은 후보공천의 비율로 지구당 당원 75~80%, 시도지부 15~20%, 중앙당 5%로 배정했다. 시·도지부는 의견을, 중앙당은 용공분자 또는 범법자회에는 일선당원들의 뜻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뭇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이러한 상향식 공천방식은 민주당에 의해 4대(1958년), 5대(1960년)까지 이어졌다가 5·16쿠데타로 사라졌다. 제3공화국 때부터는 여야당 모두 선거전 중앙당에서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선정하는 하향식이었다.

공통적인 특징인 지역당과 일선당원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비민주적인 밀실공천 뒷거래, 돈거래 및 정략적 공천에의 낙하산 공천이 성행했다. 이같은 중앙당 주도의 밀실흥정-낙하산 공천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작태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관행이 지난 17대 총선 전부터 시간이 촉박하며 지구당대회에 맡길 경우 부정과 왜곡현상이 클 것이라는 이유로 여야당이 외부인들을 심사위에 참여시켜 공정성의 제고운운하나 여전한 중앙당주도의 하향식인 것이다. 18대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당내·외 인사를 반반으로 공천심사위를 구성하고 활동에 착수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박재승 전 대한변협회장을 위원장에 임명하고 설 전까지 심사위를 구성,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나라당 심사위는 첫날부터 공천심사의 기준을 놓고 격론을 벌여 눈길을 모았다. 현행 당규는 “부정·부패의 혐의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을 못 받는다(3조2항)” “부정 비리관련자, 파렴치한, 범죄전력자 등은 공직후보 부적격자다(9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부정·부패 전력자는 제외해야 한다” “현 당규는 위헌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승리 직후부터 이명박 당선자 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 간에 공천의 시기와 범위를 싸고 대립 끝에 ‘엄정한 공천’ 원칙하에 심사위가 구성됐는데 첫날부터 이같은 격돌은 공천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나라당의 공천도 당연히 학력·경력·경륜·사생활·준법·도덕성·능력과 전문성 등을 중심으로 심사돼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은 엄정·공정·합리적인 심사, 부정·부패 및 부도덕 행위 관련자의 배제, 정실·연고 및 전략적 고려의 금지, 금품 등에 의한 뒷거래 배격, 현지유권자들의 의사존중 등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나라당에게 대선승리의 정당으로 진정으로 엄정·공정한 공천을 하려한다면 국민과 함께하는 심사를 시도할 것을 권하고자 한다. 투명한 심사 공개적인 공천심사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함께 심사·결정함으로써 새로운 민주적 집권당의 면모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계파공천, 뒷거래 공천, 낙하산식 정략공천 등 구태는 없어야 한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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