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석 강원대 교수(강원매니페스토추진본부 정책위원장)
지난 5일 인수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는 새 정부의 업무지침서 격으로, 대선 공약을 실천계획서로 치환한 5대 국정지표와 21대 국정전략목표 그리고 192개 세부정책과제로 구성되었다.

인수위는 이 국정과제들이 전국적 차원의 이슈들을 정리한 것이고 지방의제들은 차차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비껴갔지만 어차피 국가 차원의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새 정부의 핵심 사업들과 방향성은 발표된 과제들 속에 녹아 있고, 지역 차원의 사업들도 결국 그 테두리 속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그것들이 강원도에 가지는 의미는 충분히 음미될 필요가 있다.

면밀히 살펴보면 신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들은 실상 강원도에게는 도움보다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제의 추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실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선거과정에 당선인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던 몇 가지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았다.

호남권의 관심사인 새만금 사업이나 충청권의 관심사인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그리고 영남권이 기대하고 있는 운하사업 등은 모두 핵심과제로 명시되어 있지만 동계올림픽이나 교통망 구축을 비롯한 강원도 관심사항들은 언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추진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항목조차 없다.

또한 도가 희망적으로 바라본 과제들도 구체적인 맥락으로 들어가면 그리 희망적이지 않을 수 있다.

광역경제권은 5+2라는 구도 속에서 강원도가 별개지역으로 분류되었지만 실상 도의 독자적 경제력으로 별개로 추진해 나갈 전략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생색만 낸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규제문제도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서의 전략적 규제개혁, 중점과제로서의 수도권 규제합리화와 농지 및 산지 등 토지규제완화 등 세 가지가 제시되었는데, 기업이나 수도권을 지향한 앞의 두 가지 규제완화는 방향성과 내용이 비교적 명확한 반면 토지규제완화가 중첩된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도의 요구를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수도권의 농지와 산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 새로운 건설사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되는 문제는 전체적인 신자유주의적 기조와 시장지향성과이다. 어차피 시장과 자유경쟁은 강원도 같은 약자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정부의 친기업적 마인드도 사실 대기업 중심적 마인드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없는 도의 입장에서 신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해서 바랄 수 있는 효과는 소위 넘침효과(trickle down effect),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경제가 나아지고 그 결과가 강원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는 것인데 이 역시 한국 사회구조에서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당선인 자신이 강릉에서 진행된 후보자 토론회에서 강조한 강원도 같은 낙후된 지역들에 대한 ‘특별배려’가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참여정부가 가졌던 균형발전의 마인드가 사라진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본원적으로 시장 및 기업중심적 성향을 가진 정부가 경쟁력이 약한 지방을 특별히 배려하기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12일 수도권 과밀반대 전국연대가 성명서를 내고 수도권 규제완화 포기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계속 추진을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번 총선이 신정부가 지방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찬스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지나친 낙관주의와 기대는 금물이다. 끊임없는 감시와 요구로 도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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