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 교 원
정선주재 취재부장
지난해 우리는 사회 전 분야에서 학력 위조 파문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았다.

이른바 ‘가짜’ 사건은 대학, 종교, 연예, 문화예술, 학원 등에서 괄목할만한 활동을 펼쳐 온 전문인에서 공인에 이르기까지 학력 위조를 한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상당 부분에서 과장된 픽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의 과거와 현실을 포함한 많은 부분에서 ‘자성의 시간’ 을 갖게 했다.

그 무엇이 진실인지, 올바름인지, 상식인지 헷갈릴 수도 있으나, ‘가짜’ 가 극성을 부리는 것 자체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간판 제일주의에 원인이 있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만일, 실력과 인성을 위주로 직장인을 채용하는 풍토가 조성돼 있다면, ‘가짜’ 가 판을 칠 수 있을까. 오직, 실력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면, 굳이 속일 필요가 있었을까.

최근 (주)강원랜드는 지난해 7월 감사원의 업무전반 감사결과 처분 요구와 관련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경력증명서 등 허위 제출에 따른 급여과다 수령 및 허위 경력 인정 등으로 직급·호봉 책정 부적정 직원 등에 대해 전원 중징계와 직급·호봉삭감 등 하향조정 및 부당지급 급여 환수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들은 강원랜드 경력직 직원 등으로 채용되기 위한 관문인 입사지원서나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제보다 많거나 있지도 않은 경력을 기재하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채용이라는 목적 외에도 급여를 과다 지급받는 등의 혜택을 봤다.

어떻게 보면, 허위 경력자 채용은 관련 경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40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에서 소중한 자원을 뽑는데 정확한 검증이 없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핵심에는 실력보다 더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허위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거짓 경력을 들이대야 했던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했던 요소이었을 수도 있으나, 자신의 무리한 욕구 충족의 도구로 경력을 위장했다는 점은 심각한 윤리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경력상의 상당 부분을 이수했다고 해도, 별 다른 이득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분노로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도덕과 윤리관을 합리화하기에는 분명히 역부족이다.

불법 수단과 방법으로 득세하고 치부하는 현상이 일반화되는 한, 이러한 ‘가짜 행위’ 가 끊임없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인사 검증시스템의 철저한 보완과 함께 단호한 처벌시스템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그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그 어떤 다른 조건에 의해서도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돼야 한다.

지난해 강원랜드가 지난 98년 창사이래 매출 첫 1조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동시에 일류기업으로서 그 토대를 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부 허위 경력자들의 문제가 작은 사안일 수도 있으나 폐광촌이라는 지리·입지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문화관광산업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가족형 종합리조트 건설이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강원랜드가 간과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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