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상 철 상지대 교수

▲ 임상철 상지대 교수
지난 3월 22일, 여성부의 업무보고가 있던 날 해당부처의 장관이 대통령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생쥐 튀겨 먹으면 몸에 좋다더라”라는 발언을 하여 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생쥐머리 새우깡, 칼날 참치통조림 등 이물질혼입 불량식품뿐만이 아니라 훨씬 이전에도 소비자들은 그 위험 속에서 시달려 왔었다. 그러나 이번 여성부 장관의 경박한 농담조 발언은 전혀 현실적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상처 입은 국민의 가슴을 쓰다듬어 주어야 할 책임 있는 국무위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하니 과연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질과 의식이 갖추어진 인물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은 철저한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생쥐머리를 튀겨먹으면 몸에 좋다”라는 여성부 장관의 말을 전해들은 한국의 동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동안 머리를 감추고 숨어사는 처세전략을 세워야 할 형편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철새들은 어떨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서둘러 한국을 떠나거나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으려 할 것이다.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국의 생쥐머리 새우깡이 몸에 좋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강남 갔던 집 제비들이 한국 땅으로 떼지어 몰려왔으면 좋겠다.

참새목 제비과에 속하는 새의 종류는 70여종이 넘는다. 그중에서 집 제비(house swallow)는 우리와 흡사한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며 살며 우리의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월 삼짇날이면 강남에서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고 산란하며 정성스레 새끼를 키우는 모성애 넘치는 제비를 우리 주위에서 보지 못한지가 20여년 쯤 되는 것 같다. 우리의 문화 속에는 제비와 관련된 속담이 몇 개 있다. 제비가 일찍 날아오면 풍년이 들고 알을 많이 낳아도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농사일에 알맞은 따듯한 기온이 보장된다는 의미이며 풍년이 들 것을 미리 감지한 제비들이 먹거리 걱정 없이 알을 많이 낳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제비가 많이 날면 비가 오고 제비집을 안쪽으로 지어도 장마가 크게 난다고 믿었다. 비 오기 전에 미리 먹거리를 확보하려고 부지런히 하늘을 나는 제비의 모습을 보고 조상들은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와 친숙하던 제비가 우리 땅을 찾지 못한지 20여년이 지났다. 과학농법, 화학농법으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에만 치중하여 농약과 비료를 지나치게 사용하였기 때문에 제비도 돌아오지 못하였던 것이다. 논 1ha당 농약사용량은 20 여 년 전인 85년도에는 5.7kg였으며 92년도에는 7.2kg으로 최고조에 달하였었다. 농업생태계, 자연생태계 교란에 대한 반성이 있었으며 근년에는 친환경농자제의 개발과 사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약사용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03년부터는 농약사용량이 5kg 이내로 줄어들게 되었다. 다행히 수년전부터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 모습을 다시 보게 되어 희망적이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을 적극 추진하여 우리나라의 경지 생태계가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논에는 메뚜기가, 땅에는 지렁이가 되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공산품, 농수산품, 의약품 모두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안전먹거리 사회가 보장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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