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은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부근에서 발생한 일본 조업 실습선과 미국 핵잠수함의 충돌사고를 연일 중요기사로 전하고 있다.

최신예 핵잠수함이 민간 실습선을 발견치 못하고 충돌사고를 일으켰다는 의아스러운 상황운 차치하고라도 최근 오키나와 주둔 미군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 악화 등을 고려할때 이 사고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 한구석 부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실습선 침몰 사고의 주인공들이 일본 고교생들이었다는 점 때문에 안타까운 한편 부럽고 놀라운 감정을 삭히기 어렵다.

“그럼 일본 수산 고교생들은 태평양 한가운데 이역만리 먼바다에까지 직접 배를 타고 나가 대양(大洋)을 배우는 그런 실습을 한다는 말인가.”

우와지마(宇和島) 수산고교 소속 499t급 사고 실습선인 에히메마루호가 일본을 떠난게 지난달 10일이라고 하니 이배에 타고있던 10대들은 핵잠수함과 충돌하기까지 벌써 한달째 가장 실감나는 현장 학습을 한 셈이다.

과연 우리에게 그만한 실습선을 보유하고 있는 수산고교가 있을 것이며, 졸업때까지 그만한 바다를 체험하는 수산고교생이 있을까.

여기까지 질문이 미치면 부러움은 이내 참담한 충격으로 변하고 만다.

현재 도립대의 전신인 주문진 수고도 과거 울릉도와 남해 연안 등지를 항해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지금 경상도 등지의 수산고교들도 사정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해양대학생들이나 해군사관생도들 정도가 졸업을 앞두고 하는 실습을 일본의 지방 고교생들이 하고 있다는 차이는 차라리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경제력의 차이라고 자위할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바다를 보는 이웃한 두나라의 시각과 경영의 차이라는 생각 또한 떨치기 어렵다.

“장보고 시대에는 그래도 우리가 동북아 바다를 주름잡았다”고 말들하지만 한편으로는 “물가에 가서 놀지 말아라”고 아이들을 가르쳤던 것 처럼 바다를 두려워하고, 그래서 예나지금이나 바다를 무슨 3D업종의 하나로 치부해 버리는 겉다르고 속다른 비하의식이 결국 이같은 차이를 낳은 것 아닐까.

지난96년 정부 부처로 닻을 올린 해양수산부가 불과 2∼3년뒤 정부 조직 개편시 폐지 논의에 휩싸였던 점도 이같은 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왜구들의 노략질 때문에 바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의식이 알게 모르게 잠재해 있다면 이제는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바다 경영에 새로운 사고로 나서봄직 하지 아닌가.

때는 바야흐로 강원도가 말하는 것 처럼 신동해안 시대다.

유일한 분단도로서 지난 50년간 ‘냉전의 바다’에서 많은 제약에 시달렸지만 앞으로는 남·북 화해기류와 지리적 이점을 활용, 바다를 통해 꿈을 펼치겠다는 강원도의 의지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백두산 항로가 강원도 바다에서 열렸으니 그 지리적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는 보다 현실적인 사고와 이해를 요구한다.

한·일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정으로 동해 어장이 축소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인도네시아 어장 진출 사업이 도내 희망자가 없어 결국 무산 위기에 처한것도 바다에 대한 의지와 현실의 거리를 느끼게 하는 대목인 것 같아 주목된다.

하기야 이제 국내에는 환동해안 중심지라고 하는 강원도에도 고교생들이 하와이까지 갈 실습선은 물론 수산고교도 없으니까. 더 말할 것도 없지만….



江陵/崔東烈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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