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 범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창조도시 시민포럼 상임대표)

▲ 박 의 범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기업조직을 연구하는 경영학자들 중에는 기업생존의 해답을 기업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관계에서 기대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보다 강한 기업으로의 변혁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가 핵심자원이며, 경영자, 중간관리자, 사원 간에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혁신이나 창조를 위한 노력들은 모두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뢰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기업조직 내에서 구성원이나 부서 간 신뢰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구성원 각자는 기업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대를 갖고 있으며, 그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경영자들이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구성원이 믿을 때 그 기업은 높은 신뢰관계가 형성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신뢰수준과 성과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이 서로 믿고 의지할 때 단합과 협력이 잘되어 기업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영자나 상사가 신뢰를 보여줄 때 그의 구성원도 경영자나 상사를 믿고 따르며, 자발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 즉, 구성원의 몰입(commitment)에 의해 조직의 성과가 향상되면 구성원은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며, 이러한 자부심은 조직에 대한 신뢰관계를 더욱 높여주는 선(善)순환을 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신뢰관계가 낮은 기업은 신뢰의 악(惡)순환으로 인해 조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조직행동 학자들은 구성원이 기업조직을 신뢰하고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쏟아놓게 하려면 경영자나 상사가 세 가지의 요소, 즉 경영능력,정직과 성실성, 그리고 관심과 배려 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레버링과 모스코비츠라는 두 학자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공통점인 진실성, 개인존중, 공정성, 자부심, 그리고 더불어 일하는 재미 등 5개 범주와 55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측정지표들을 종합하여 ‘신뢰경영지수’라는 기업의 신뢰경쟁력지수를 개발하였다. 이 ‘신뢰경영지수’는 포춘지가 매년 ‘일하기 가장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을 선정하는 평가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 ‘신뢰경영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뢰경영수준이 선진국 기업들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거친 후 급속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자본과 이익의 중요성을 절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신뢰성, 공정성, 투명성과 같은 신뢰경영을 위한 핵심역량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갖추어 왔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유통업은 고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편의를 위해 설치된 시설물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현장에 근무하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현금과 상품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임직원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업무수행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욱 필요하다.

1996년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글로벌경영시대를 맞아 국내 유통업도 본격적인 국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연전(年前)에는 세계 소매업체 매출 1위인 월마트, 2위인 까르푸와 같은 글로벌유통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하였으나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였다. 물론 문화적 차이나 노사관계의 불화 등 다른 원인도 있었겠지만,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신뢰관계 기업문화를 갖춘 신뢰경영 우위의 한국기업은 선진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입증해 준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본격적인 글로벌경영시대를 맞아 강원도내 기업들도 외국의 글로벌기업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신뢰경영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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