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축제가 열리는 10월 중순 주말이면 정선 남면의 민둥산엔 하루 수 천명의 외지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지난해에는 억새꽃이 한창인 2개월 동안에만 약 5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민둥산 억새꽃군락지는 정선군뿐 아니라 우리도의 커다란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억새꽃축제에 참가했을 때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민둥산은 매년 쓰러진 억새줄기가 겹겹이 쌓여 있어 억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수 년 전 만해도 억새꽃이 정말 장관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예전만 못하다. 이러다가는 몇 년 못 가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길 것 같다.

'그게 걱정이다. 민둥산 억새군락지를 살리자면 민둥산에 불을 놓아야 한다. 민둥산에 불을 놓는 사람에게는 내 돈으로 백만원의 현상금을 걸겠다'

이러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민둥산 억새꽃군락지에 방화선을 만들어, 계획적으로 불을 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게됐다.

경남 창녕군은 화왕산 억새밭에 3년에 한번씩 불을 지르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5만여 평의 오름에 불을 지르는 '북제주군 들불축제' 행사를 올해 성대하게 치른 바 있다.

민둥산은 8부능선 위로는 이름 그대로 나무가 없고 억새 뿐이라 산림훼손의 우려가 거의 없다.

그러나 몇 만평에 한꺼번에 불을 질렀을 경우, 방화선을 잘 만든다 하더라도 만에 하나 산불위험과 일부에서 생태계파괴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감안하여 지역주민과 관할 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방화선을 만드는 등 사전에 산불방지 대비책을 완벽하게 세운 후에 올해 3월 중순 이전에, 한 2천∼3천 평 정도만이라도 불을 지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의 사례를 배우고, 관계자들이 민둥산 현지에 가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올해 이렇게 시험적으로 불을 질러보면 불을 놓는 것이 정말 억새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는지, 생태계에 영향은 없을 것인지, 또 산불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를 알 수 있어 '민둥산 억새군락지'를 살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성희직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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