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간의 8일 새벽(한국시간)에 있은 한-미 정상회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지지하지만 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상회담과 오찬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공동발표문에는 △남북한간 화해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지속적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부시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문제 해결에 있어 金 대통령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양 정상은 대북정책에 있어 한·미 양국 간,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협의와 공조 유지의 중요성에 동의한다는 등의 표현이 들어 있다.

공동발표문에는 또 제2차 남북정상회담(金正日 위원장 서울 답방)이 남북관계 및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논란이 일었던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를 계속 유지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金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햇볕정책에 지지를 표시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어떤 합의를 이뤄도 한반도 평화보장을 위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는 북한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논의했다” “우리가 북한을 대할 때 한가지 문제는 투명성이다”는 등의 말로 불신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공동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이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 미국 새 행정부의 기본 마인드는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간 공조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金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가 필연적이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한미 간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과 NMD(국가미사일방어 체제)에 대해서도 “우리의 의견은 결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NMD에 반대표시를 한 것이 아니고, 러시아가 반대요구를 해 왔으나 이를 확실히 거부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동안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결국 이날 두정상의 첫 만남은 외교적인 수사를 빼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확인하는 데 그친 셈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고 말한 것처럼 양국이 대북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첫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金 대통령은 이번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빌 클린턴 前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 시절 수준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를 회복하기 위해선 공화당 정부를 꾸준히 설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워싱턴/ 본사 慶旻顯특파원 slkyu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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